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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장현의 여기는 리우] 모든 것을 다 쏟아낸 그녀들

입력 | 2016-08-10 05:45:00

여자배구대표팀 센터 양효진(왼쪽)이 9일(한국시간) 마라카나지뉴에서 벌어진 러시아와의 A조 2차전 도중 상대 블로킹을 피해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양효진은 이번 대회 득점 4위(38점)에 오르며 확실한 공격 옵션으로 떠올랐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여자배구 러시아전 관전기

세계4위 상대로 살얼음판 랠리 “잘 싸웠다”

9일 오전 10시 17분(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마라카나지뉴에서 열린 한국-러시아의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여자배구 조별리그 A조 2차전이 끝났다. 1시간47분간의 대접전이 지난 뒤 전광판에 찍힌 세트스코어 1-3(23-25 25-23 23-25 14-25)은 우리의 패배를 알리고 있었다.

세계랭킹 9위와 4위의 만남은 초반부터 치열했다. 살얼음판 랠리가 흥미진진하게 진행돼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세트스코어 0-1에서 치른 2세트 막판이 특히 대단했다. 19-23으로 패색이 짙어진 순간부터가 하이라이트였다. 센터 양효진(27·현대건설)의 스파이크가 추격의 물꼬를 텄다. 이어 레프트 ‘캡틴’ 김연경(28·페네르바체)이 강한 공격을 퍼붓고, 서브권을 쥔 양효진이 힘차게 날아올랐다. 공격방식은 바뀌었다. 서브에이스 3개가 연달아 러시아 코트에 꽂혔다. 상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속수무책으로 포인트를 빼앗기자 완전히 전의를 상실했다. 결국 이재영(20·흥국생명)의 마무리로 한국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3·4세트에서도 태극낭자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모든 것을 다 쏟아냈다. 점수차는 비교적 컸지만 끈질기게 러시아를 괴롭혔다.

아쉬움 속에서도 충분한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이날 양효진은 김연경(20점) 다음으로 많은 17점을 올렸다. 앞서 ‘숙명의 라이벌’ 일본과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절묘한 블로킹을 선보인 데 이어 러시아전에선 날카로운 서브로 공격을 주도했다. 물론 상대의 전략에 따른 결과일 수도 있다. 러시아 수비는 오직 김연경 봉쇄에 주력했다. 다른 루트에서 이뤄지는 한국의 공격은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다. 자연스레 양효진을 비롯한 제2의 공격 비중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과제를 떠안았다.

이로써 1승1패가 된 한국은 남은 일정이 더욱 중요해졌다. 특히 11일 펼쳐질 아르헨티나와의 3차전은 무조건 잡아야 한다. 아울러 컨디션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현지시각으로 일본전은 이른 오전에 치러졌지만, 러시아전은 늦은 밤 진행됐다. 가뜩이나 한국과 브라질의 12시간 시차도 버거운데, 이틀 간격으로 거의 10시간이 넘는 시차를 넘나들며 스케줄을 소화해야 한다. 여자배구대표팀 이정철 감독(IBK기업은행)은 “한 수 위의 러시아와 잘 싸웠다. 크게 뒤지고 있다가 따라잡은 2세트 상황을 칭찬해주고 싶다”며 “작은 실책을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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