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누진제 불만 폭증]산업부 “가정용 누진제 개편 불가” ‘에어컨 요금폭탄’ 사실인가 주부 “평소 5만원서 최대 50만원” vs 정부 “하루 4시간 쓰면 폭탄 없어” 누진제 개편 부작용 있나 정부 “부자감세… 전력수급 차질” vs 전문가 “가정용 13%… 영향 적어”
전력 사용량 연일 급증 연일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전력 수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9일 최대 전력 수요가 8450만 kW까지 치솟으며 여름철 최대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서울 중구 한국전력 서울지역본부에서 직원들이 전력 수급 현황을 살펴보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 쟁점1: 요금폭탄 vs 지나친 과장
반면 일반 가정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전기요금 누진제의 ‘위력’은 산업부 자료에서도 드러난다. 산업부에 따르면 봄·가을에 한 달 평균 342kWh의 전기를 쓰는 도시 4인 가구가 시간당 소비전력이 1.84kW인 스탠드형 에어컨을 하루 8시간씩 틀면 월 5만3000원이던 전기요금이 32만1000원으로 6배 이상으로 뛴다. 하루 12시간을 틀면 전기요금은 47만8000원으로 치솟는다.
○ 쟁점2: 누진제 개편, 부자 감세?
정부는 누진제를 완화하면 부자 감세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채 실장은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전기를 많이 사용한다”며 “누진제를 완화하면 소득이 적은 계층의 요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소득이 하위 10%인 가구는 월평균 224kWh의 전기를 썼고, 소득 상위 10% 가구는 351kWh의 전기를 썼다.
반면 현행 누진제는 저소득층의 부담만 가중시킬 뿐이라는 주장도 있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경제학)는 “현재 누진제로 혜택을 보는 계층은 저소득층이 아니라 1인 가구나 맞벌이 가구”라며 “서민들이 과도하게 높은 요금을 부담하는 요금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현재 누진제는 전기를 지금보다 훨씬 덜 쓰던 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전기 사용량이 많은 오늘날과 같은 생활방식에는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실제 가구당 월평균 전력 사용량은 1998년 163kWh에서 2015년 223kWh로 늘었고, 300kWh 이상 전기를 쓰는 가구 비율도 같은 기간 5.8%에서 29.5%로 증가했다.
○ 쟁점3: 산업용도 누진제 적용?
전력 수요 억제를 위해 소비 비중이 큰 산업용 전기나 상점, 사무실 등에서 쓰는 일반용 전기에 누진제를 적용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형평성에도 부합한다는 주장도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용 전기는 전체 사용량의 57%를 차지했다. 산업용과 일반용 전기의 단일요금 체계가 전력 낭비를 부추긴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많은 가정에서는 전기요금이 무서워 에어컨도 마음대로 틀지 못하고 있는 반면에 상점들은 냉방을 하면서 문을 연 채 영업하는 경우가 많다.
○ 쟁점4: 누진제 개편 vs 전력 대란
정부가 현행 누진제를 고집하는 또 다른 이유는 전력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서다. 전기를 많이 쓰는 사람에게 최대 11.7배의 요금을 물려 전기 절약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채 실장은 “누진제를 완화하면 전기 사용이 늘고 전력 수급에 문제가 생겨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사태)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가정용 전기가 전체 전력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2014년 기준으로 전체 전기사용량 중 가정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13.5%다. 누진제 관련 소송을 낸 곽상언 변호사는 “주택에서 전기를 10% 아낀다고 가정해도 전체 전력소비량은 1% 정도밖에 내려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여름처럼 여름·겨울에는 한시적으로 누진제를 완화해 소비자들의 고통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세종=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