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신재영이 수원 kt전에 선발 등판해 이를 악물고 공을 던지고 있다. 그는 이날 승리로 12승(3패)을 달성하며 강력한 신인왕 후보다운 면모를 한껏 과시했다. 수원|김진환 기자 kwangshin@donga.com
선동열(전 KIA 감독), 송진우(KBSN 해설위원) 등 대투수 출신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시즌을 치르다 보면 최악의 컨디션일 때가 있다. 좋은 투수는 그런 날에도 마운드에서 최대한 버티며 제 몫을 해낸다. 경기 초반 속절없이 무너지는 경기가 많으면 팀에 미치는 악영향이 그만큼 크다. 에이스급 투수는 달라야 한다.”
넥센의 새로운 토종 에이스 신재영(27)에게는 10일 수원 위즈파크 kt전이 딱 그랬다. 신재영은 이날 선발 등판해 5.2이닝 동안 삼진 7개를 잡고 3안타 1볼넷 1실점을 기록했다.
표면적으로 절대 나쁘지 않은 기록이다. 넥센은 이날 1회초 고종욱의 내야안타에 이은 채태인의 좌월 2점홈런(시즌5호)으로 선취점을 올렸다. 신재영은 6회 2사까지 마운드에서 버티며 팀의 리드를 지켰다.
신재영은 빼어난 제구를 바탕으로 안정된 투구를 하고 있지만 다른 잠수함 투수들이 주무기로 삼는 싱커를 던지지 않는다. 좌타자를 상대할 때 몸쪽 스트라이크 존을 절묘하게 파고드는 슬라이더, 바깥쪽 구석을 찌르는 직구가 워낙 좋아 싱커 없이도 리그 정상급 선발 투수로 올라섰다.
그러나 이날은 직구와 슬라이더 모두 제구가 좋지 않았다. 신재영은 지난 등판이던 3일 사직 롯데전에서 자신의 시즌 한 경기 최다볼넷(4개)을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 처음으로 풀타임 선발 로테이션을 경험하고 있는 신재영은 무더위와 함께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6회 이전까지 단 한번도 연속 안타를 허용하지 않았고, 최고 시속 139㎞의 공으로 7개의 삼진을 잡는 등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넥센은 이날 승리를 거두며 2연승을 달렸다. kt는 올 시즌 새롭게 발굴한 타자 전민수의 부상이라는 악재와 함께 5연패 수렁에 빠졌다.
수원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