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2016 리우올림픽]1만명 모인 ‘작은 지구촌’ 가보니
유럽이나 남미, 미국 선수들은 “오히려 모자랄지 모른다”는 반응이다. 브라질 남자 육상 대표 이고르 아우베스(22)는 “자원봉사자가 거의 매일 자판기에 콘돔을 채워 넣는 걸 보면 충분히 다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이탈리아 남자 선수는 “리우에 도착한 뒤로 하루 평균 3명 정도와 관계를 맺었다. 경기를 앞두면 남성 호르몬 분비가 늘어나기 때문에 성욕도 더 왕성해지는 것 같다”면서 “관계 맺은 선수와 마주치면 어색한 감정을 숨길 수 없다”며 웃었다.
동양권 선수들 답변은 좀 달랐다. 일본 여자 역도 대표 미야케 히로미(31)는 “남자 동료 선수들이 기념품으로 가져가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듣고 있던 일본 남자 선수들은 “친구들에게 선물하면 재미있어할 것 같아 여러 개 챙기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남아프리카공화국 럭비 대표 카일 브라운(29)은 “(콘돔) 포장지에 오륜기 그림도 없는데 기념품이라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고 말했다.
현역 시절 올림픽에 세 차례 참가한 한 한국 지도자는 “선수촌에서 벌어진 일은 선수촌에 묻어두고 가는 게 선수들 사이의 매너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이야기는 전하면 안 될 것 같다”며 웃었다.
17층짜리 건물 31개 동으로 이뤄진 리우 올림픽 선수촌은 리우데자네이루 외곽 바하다치주카에 자리 잡고 있다. 개·폐회식 장소인 마라카낭 주경기장으로부터 차로 1시간 정도 거리다. 신축 아파트 단지 같은 느낌으로 주변에 편의시설이나 유흥시설은 아예 없다. 그 대신 선수촌 안에 미용실, 이발소는 물론이고 꽃집도 있지만 선수들이 그리 많이 찾지는 않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에서 마련한 가상현실(VR) 체험 부스에 드문드문 발길이 이어지는 정도다.
조호성 한국 사이클 대표팀 감독은 “4년 전 런던 올림픽 때만 해도 주변에 쇼핑몰도 있고 그래서 밖에 나가도 할 게 많았다. 여기서는 치안 문제도 심각하다고 하니까 선수들이 전부 방에 틀어박혀 컴퓨터, 스마트폰만 한다”고 말했다.
선수촌에서 우연히 세계적인 스타 선수와 마주치는 건 올림피안들에게도 기분 좋은 일이다. 홍콩 육상 대표 천밍타이(21)는 “선수촌에 도착해 보니 같은 아파트에 자메이카 대표팀이 머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우사인 볼트(30)와 ‘셀카’를 찍고 돌아가는 게 이번 올림픽 최대 목표”라고 말했다.
리우데자네이루=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