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예능프로 ‘아빠본색’ 김흥국 가족으로 본 2016 ‘기러기 아빠’의 현실
○ 날개는 없다, 왼손은 (돈) 부칠 뿐
놀랍게도 기러기 아빠는 한반도 전역에 서식한 지 오래였다. 1990년대 조기유학 열풍 이후 국립국어원의 ‘2002년 신어’ 보고서에 실렸으니 최소 ‘막걸리 17년’급. 미국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도 2005, 2009년 대서특필했다. 위키피디아엔 ‘Gireogi appa(혹은 goose dad)’로 등재됐을 정도다.
허나 현재 개체 수는 적어졌단 소문이다. 한국교육개발원 등에 따르면 2014, 2015년 조기유학생은 약 1만 명으로 2006년 2만9500여 명의 3분의 1 수준. 통계청의 이지연 인구동향과장은 “비슷한 시기 10대 이하 인구수가 1205만 명에서 1018만 명으로 약 15% 줄어든 점 등도 고려해야 하지만 어쨌든 기러기 아빠가 감소했단 추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이젠 명확하게 걸러진 거죠. 첫째, 성적 나빠 떠나던 ‘도피유학’이 사라졌습니다. 어정쩡하게 갔다 와봤자 국내 적응만 어렵거든요. 둘째, 제대로 돈 들여서 갑니다. 1, 2년씩 준비해 사립 기숙사 명문으로 진학하죠. 고객님처럼 ‘한 번 알아나 볼까’ 식 상담자는 비용에 놀라 다신 연락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상수지도 이를 우회적으로 반증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유학·연수 지급 항목을 보면 2015년 해외 학생에게 보낸 돈은 36억9000만 달러(약 41560억 원)로 2000년대 후반 40억∼44억 달러보다 다소 감소했다”고 알려왔다. 학생은 70% 가까이 줄었지만 비용은 8∼15%만 줄어든 셈이다. 에이전트2는 한숨을 내쉬며 보고서를 이렇게 끝마쳤다.
“기러기 아빠. 점점 사라지는 추세. 다만 ‘금수저’ DNA가 유전자 변형을 일으킨 ‘독수리 아빠’(재정적 여유가 넘치는 아빠)와 커져 버린 부담에 가랑이 찢어진 ‘기러기 환자’로 양극화됐다.”
○ 첨부파일=2016년 잔존 세력은…
“김흥국 딸이 ‘강아지가 더 편하다’고 하더군. 우리 애 페이스북도 개 껴안고 웃는 사진뿐이야. 내 얼굴은 없지. 엄마 몰래 돈 필요할 때나 연락해. 예전엔 아양이라도 떨더니 요샌 문자로 ‘아빠, 돈’. 목소리라도 들으려 늦게 송금한 적도 있어. 아내는 올해 초 돌아오기로 했는데 자꾸 핑계를 대네.”(자영업 기러기·51·6년차)
“와이프가 자꾸 통화하며 웁니다. 어머니가 몇 번 타박하셨거든요. 아범 고생하는데 손자 성적 좋아야 한다고. 살가운 고부였는데 못 보니 오해만 커졌습니다. 불안하니까 애 과외를 늘렸나 봐요. 여기 사교육 싫어서 보낸 건데 이게 뭔 짓인지….”(법무사·41·2년차)
“가족 관계는 괜찮아. 사춘기 아들도 더 애틋해졌어. 세상 좋아져 영상통화도 쉽게 하고. 딸내미는 엄마한테 말 안 한 비밀도 털어놔. 다만 금전적으로 걱정이지. 지난해 월세로 옮겼어. 아내와 애들은 마당 딸린 이층집 사는데, 난 컵라면으로 끼니 때울 땐 기분이 묘해. 그래도 내 새끼들 웃는 거 보면 배불러. 기러기 이전에 아빠잖아.”(회사원·48·3년차)
(다음 편에 계속)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