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 故김종영 특별전 ‘조각가의 아내’
청동 여인입상(1965년).
11월 16일까지 서울 종로구 김종영미술관에서 열리는 특별기획전 ‘조각가의 아내’ 지하 전시실에 걸린 김종영 작가(1915∼1982)와 부인 이효영 씨(95)의 43년 전 흑백사진 곁에 적힌 글이다. 원고지에 세로로 내려 쓴 서간 일부를 인용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조각과 드로잉 38점은 대부분 한 여성의 모습을 표현하거나 그 이미지를 모티브 삼아 빚은 반추상 작품이다. ‘부인상’이라고 이름 붙인 것은 7점뿐이지만 거의 모두 이 씨를 모델로 삼았거나 그 윤곽으로부터 발전시킨 작업임을 짐작할 수 있다.
김종영 작가가 1949년 그린 목탄 드로잉, 1955년 4월 완성한 유채화 ‘부인’, 1967년 연필과 수채물감으로 그린 드로잉(맨위부터). 모델이 된 아내의 이미지가 세월과 함께 변했다. 김종영미술관 제공
1941년 12월 “밥과 옷만 잘 해주면 그만”이라는 약속을 듣고 혼례를 올린 이 씨는 곧 남편의 작품 모델과 더불어 먹 갈고 붓 세척하는 조수 역할까지 하게 됐다. 이 씨는 “첫애 가졌을 적에 전신이 아파 죽겠는데 모델 서라고 시키면서 ‘내 예쁘게 그릴게’ 아기 다루듯 달랬다”고 회고했다.
이 씨를 모델로 삼은 드로잉 이미지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전혀 다른 사람 얼굴인 듯 큰 폭의 변화를 보였다. 임신했을 때와 갓 태어난 첫아이를 안은 아내의 모습을 담은 1940년대 그림은 선과 형체 모두 둥글둥글 곱다. 10여 년이 지나 비스듬히 옆모습을 바라보며 그어 나간 스케치 윤곽에는 어느덧 깊게 파인 광대주름이 강조됐다. 1960년대 말 그린 얼굴 윤곽에는 애써 무심한 듯 외면한 미안함과 애잔함의 흔적이 배어 있다. 수채 물감으로 칠한 얼굴빛이 가을 곡식처럼 짙다.
박 실장은 “아내를 모델로 삼은 작가의 젊은 시절 구상 작업이 어떻게 말년의 추상 조각으로 변화해 갔는지도 아울러 짚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02-3217-6484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