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생각해 보자. 직장에서 매일 만나는 동료의 경우 그들이 알고 있거나 생각해 본 아이디어는 나도 알고 있거나 생각해 봤을 가능성이 높다. 유사한 환경에서 비슷한 정보를 받아 보고 회의 등을 통해 공유하기 때문이다. 회사 동료들끼리 브레인스토밍을 해도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기 힘든 이유이기도 하다. 설사 내 동료가 나는 모르는, 하지만 내게 중요할 수 있는 정보를 가졌을 때 그는 나와 공유하지 않을 가능성이 약한 연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내가 잠재적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1년에 한두 번 볼까 말까 한 사람들과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들에게 크게 중요하지 않은 정보가 내게는 신선하고 좋은 정보일 가능성이 있다. 출판된 지 40년이 지난 이 논문은 약한 연대와의 소통이 활발해진 소셜미디어 시대에 여전히 많이 읽히고 있다.
이 연구는 직장인들에게 중요한 네트워킹의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네트워킹이란 무엇일까. 직장 선후배들과 1주일에도 몇 번씩 술잔을 기울이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이번 기회에 다시 생각해 보자. 네트워킹이란 약한 연대에 있는 사람들과 1년에 단 한 번이라도 차 한 잔을 두고 서로 덕담만 나누는 표피적인 대화 말고, 정보와 생각을 나누며 의미 있는 대화를 하는 것이다. 좋은 정보나 아이디어가 네트워킹을 통해 내게 올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 보면 사회심리학자 로버트 치알디니가 ‘설득의 심리학’에서 말한 상호성의 법칙을 떠올리게 된다. 다른 사람들이 내게 좋은 정보나 아이디어를 주기를 바란다면 내게 그런 정보나 아이디어가 있을 때 먼저 상대방에게 주라는 것이다. 투자가 있어야 수익을 거둘 수 있듯, 관계에서도 먼저 신뢰를 보여주고 도움을 주면 시간이 지나서라도 직간접적으로 본인에게 도움이 되어 돌아온다.
이뿐 아니다. 일자리나 사업의 기회가 있을 때 사람들은 종종 약한 연대의 지인 중 최근에 만났거나 그와 나눈 인상적인 대화가 기억이 나서, 혹은 그 사람이 도와주었던 것에 보답하고자 전화기를 든다. 나이가 들고 사업 경험이 쌓일수록 소개와 추천이라는 것이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몸으로 느끼게 된다. 네트워킹을 하라는 것이 사람들과 더 많이 만나고 더 자주 술이나 밥을 먹으라는 것은 아니다. 우연한 기회에 만난 사람들과 가능하면 서로의 관심사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고, 만약 내가 갖고 있는 정보나 기술로 큰 부담 없이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당장 내게 돌아오는 것이 없더라도 먼저 베풀라는 것이다. 약한 연대의 인연에게 베푼 작은 도움이 때로는 내 다음 직장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