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양무승 한국여행업협회 회장
양무승 회장은 “골프를 통해 모든 관계를 훨씬 효과적으로 즐길 수 있다”고 말한다.
안영식 전문기자
국내는 그렇다 치고 휴가철 해외 골프 투어는 이제 막을 수 없는 대세다. 2014년에 연인원 100만 명을 돌파했다. 여행수지가 적자라는 TV 뉴스에는 골프 관광객의 공항 출입국 장면이 단골 메뉴다.
6일 개막한 브라질 리우 올림픽에서는 골프가 112년 만에 정식 종목이 됐다. 한국 여자골프가 20일 밤 12시쯤에 금메달을 딴다면 온 국민이 기뻐할 것이다. 여자팀 감독이 바로 박세리(39)다. 그는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맨발 투혼으로 우승해 외환위기로 고통 받던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줬다. 정부는 그에게 훈장도 수여했다.
그런데 국내 실명 골프든, 해외 원정 골프든 전혀 눈치 안 보고 즐기는 사람이 있다. 한국여행업협회(KATA) 양무승 회장(62·투어2000 대표)이다.
골프 구력 27년, 여행업 경력 37년인 양 회장은 해외 골프장 몇 곳을 다녀봤을까.
“정확하게 숫자를 세어 보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300곳 이상은 될 거다. 나처럼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남아메리카, 북아메리카 등 6대륙 골프장에서 골고루 쳐본 순수 아마추어 골퍼는 그리 많지 않을 거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외국 골프장으로 스코틀랜드의 ‘킹스 반스’를 꼽았다. 자연 지형 그대로 조성한 링크스 코스의 진수를 맛봤다고.
양 회장은 킹스 반스의 하우스 캐디(골프장 전속 캐디)를 잊지 못한다. 덩치가 큰 중년의 남자 캐디였는데, 골프채와 공을 닦아주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그린에서 공을 발로 차서 전달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황당한 캐디’에 대한 오해는 라운드가 끝나고야 풀렸다.
“서비스 수준에 따라 캐디 피(fee)가 다르다는 것을 몰랐다. 우리 팀 캐디는 카트 운전과 코스 안내 등 기본적인 일만 해주는 50파운드짜리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한국 캐디 수준의 서비스를 받으려면 100파운드짜리 캐디를 썼어야 했다.”
베스트 스코어가 4언더파 68타인 양 회장은 홀인원 기념 트로피도 세 개나 갖고 있다. 골프다이제스트 세계 100대 골프장 선정에 한국 측 패널로 참여한 자타공인의 실력파다. 골프를 시작한 지 10개월 만에 싱글을 기록했다는 양 회장은 전형적인 연습 벌레인 데다 지고는 못 사는 승부사다.
“초창기에는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공 2박스를 치고 출근했다. 어느 날은 내기 골프에 진 뒤 바로 연습장으로 달려가 공 2000개를 친 적도 있다. 두 팔을 며칠간 제대로 쓰지 못했다(웃음).”
“연습장 갈 시간이 없어 머릿속으로 이미지 골프를 계속 해왔던 게 효험이 있었다. 짓궂은 동반자의 소음 방해로 아쉽게 언더파는 놓쳤다.”
양 회장의 포부는 한일 관광교류 1000만 명 시대를 여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이달 말 한국여행업계 임직원 200명으로 구성된 ‘일본 규슈 구마모토 오이타 응원단’을 이끌고 지진 피해 현장을 방문해 성금도 전달할 예정이다.
“관광산업은 수지타산 측면에서만 보면 안 된다. 국가 간 상호교류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외국에선 ‘한국 사람=한국’이다. 여행객은 민간 외교관이다. 그래서 여행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투철한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골프 마니아로서의 꿈은 국내 골프장 500여 곳을 모두 순례하는 것이다.
“골프의 본질은 유유자적이다. 그동안은 시간에 쫓기며 골프를 쳤다. 하지만 은퇴 후에는 전국 골프장 주변의 정취와 맛집 등도 여유롭게 즐기고 싶다.”
안영식 전문기자 ysa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