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아있는 시체’로 등장하는 좀비(zombie)는 카리브 해 지역의 전통 종교인 부두교에서 나온 개념이다. 부두교 사제는 멀쩡한 사람을 가사(假死) 상태의 좀비로 만들어 부려먹는다고 한다. 대중문화로 좀비가 들어온 것은 1968년 영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부터. 좀비영화의 전범이 된 이 영화에서 좀비는 살아있는 사람을 물고, 뇌를 파괴해야만 동작을 멈추고, 그 좀비에게 물린 사람은 좀비로 변한다. 이 뻔한 패턴을 반복하는 좀비영화가 그토록 많이 나오는 이유는 좀비가 현대인이 느끼는 공포와 불안을 상징하기 때문일 것이다.
▷‘부산행’의 성공 요인도 공포와 불안의 한국적 현실을 적절하게 녹여낸 데 있다. 직장 때문에 가정에 소홀한 가장, 수익이 난다면 ‘작전’도 서슴지 않는 펀드매니저, “공부를 못하면 저 사람(노숙인)처럼 된다”고 어린이에게 충고하는 어른. 극한 상황 속에서 양식과 공동체를 지키려는 사람은 어린이와 청소년뿐, 대다수 어른은 살기 위해 다른 이들을 짓밟는다. “좀비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는 대사는 영화의 핵심 메시지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