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 연습을 하는 중세 유럽 귀족의 모습
박상영(21)이 한국 펜싱의 역사를 새로 썼다. 10일 새벽(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박상영이 따낸 금메달은 한국 올림픽 펜싱 사상 4번째 금메달이자 에페에서 나온 첫 금메달이다.
올림픽에서 한국 펜싱이 금메달을 딴 것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남자 플뢰레 개인전 김영호와 2012년 런던올림픽 여자 사브르 개인전의 김지연,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 이어 역대 4번째다.
이로써 한국은 올림픽 펜싱 전 부문에서 최소 1개의 금메달을 획득됐다.
○먼저 프랑스어로 ‘검’을 뜻하는 에페는 중세 유럽의 기사들이 가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일대일로 치른 결투에서 유래됐다.
경기 중 피를 먼저 흘리는 쪽이 진 것으로 간주 됐는데, 따라서 현재의 경기 내용도 당시의 결투와 가장 유사하다.
세 가지 종목 중 유일하게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어디든지 찌르기만 하면 점주로 인정되는 종목이다.
에페에서는 사용하는 검은 길이 110cm에 무게는 770g 이하로, 펜싱 종목 가운데 가장 무겁다.
에페는 공격권과 방어권이 따로 없이 누가 먼저 찔렀느냐에 따라 점수가 갈린다. 만약 동시에 찔렀다면 양 선수 모두에게 득점을 인정한다.
따라서 공격 뿐 아니라 방어도 유리한 전략이 된다. 상대방이 들어올 때 헛점을 노리고 공격하면 되기 때문이다.
동시타가 인정되기 때문에, 한두점이라도 앞서면 경기를 훨씬 더 수월하게 이끌 수 있다.
빠른 속도보다는 정확도와 침착성이 타종목에 비해서 훨씬 더 중요하고 조금이라도 더 긴 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신장이 매우 중요하다.
기마병 싸움에선 적장은 죽이고 말은 살려두는 게 관례였는데, 말을 다치지 않게 하려면 적장의 허리 위를 공격해야 한다. 따라서 팔과 머리를 포함한 상체 공격만 점수로 인정된다.
말을 타고 싸우는 것에서 유래하다 보니 찌르기 뿐 아니라 베기도 인정 돼, 다른 종목에 비해 경기가 과격하다.
또 심판이 ‘준비, 시작’을 외치자마자 튀어나가야 한다. 시작하자마자 튀어나가야 공격권을 인정받을 수 있다.
사브르에서 제일 중요한건 스피드다. 한 점을 내는데 대부분 1~2초 안에 결정이 난다.
105cm 길이의 칼은 모양과 쥐는 방식이 독특한데 이는 마상 검술을 즐기던 중앙 아시아 또는 아랍인들의 특징에서 따왔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플뢰레는 실전이 아닌 ‘연습 경기’에서 유래했다. 연습할 때 상대를 다치지 않게 하기위해 칼 앞에 작은 꽃 모양의 봉오리를 달았는데, 이 봉오리가 바로 플뢰레다.
플뢰레에 쓰이는 검은 연습 상대의 부상을 줄이기 위해서 가볍고 잘 휘게 만들어졌다. 길이는 110cm이며 무게는 최대 500g다.
고난이의 연습을 해야 하므로 공격 범위는 매우 제한적이고 기술과 동작은 섬세하다. 머리와 팔을 뺀 상체만 공격할 수 있어 펜싱 종목 중 공격 범위가 가장 작다.
팔을 찔러도 득점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손잡이 가드 부분은 간단하다.
사브르와 마찬가지로 공격권이라는 개념이 있어 두 사람이 동시에 점수가 나는 경우는 없다.
심판의 시작 선언 후 먼저 공격적인 자세를 취한 선수에게 공격권이 주어지고, 그 선수의 득점만 인정된다.
경기 중에 가장 칼이 많이 부딪혀 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쾌감을 느끼게 하는 종목으로 꼽힌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