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3학년인 A 씨(22·여)는 이번 여름 방학 때 한 대기업의 대학생 서포터즈로 선발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활용한 홍보 마케팅 활동에 참여했다. 주말에는 틈틈이 공모전 지원을 준비하는 스터디모임에 나갔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입사지원서에 학력 어학성적 해외경험 동아리 등 직무와 무관한 정보를 적지 못하게 하는 ‘탈 스펙 열린 채용’을 실시하면서 대학생들의 방학 풍경도 바뀌고 있다. 1년 이상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어학연수나 대학 학회 활동보다는 방학 때 잠시 할 수 있는 대기업 홍보대사 및 서포터즈, 봉사활동, 공모전 참가 등을 선호하고 있다. 지원 분야의 직무 적합성을 높일 수 있는 이른바 ‘아웃캠퍼스 스펙’ 쌓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어학연수는 워낙 흔해 채용 과정에서 차별화 요소가 없는데다 기업들이 이전처럼 단순 토익 점수로만 평가하지 않으면서 눈에 띠게 지원자가 줄어들었다. 특히 시간이 금인 취업준비생들 입장에선 자기소개서에 한 줄 적기 위해 1년이란 긴 시간을 투자하는 게 부담스럽다는 분위기다.
실제 교육부가 내놓은 ‘국외 한국유학생 보고서’에 따르면 영어권(미국 캐나다 영국 등) 유학생(어학연수, 교환학생 포함) 수는 매년 감소하고 있다. 2011년 4만9089명에서 매년 감소해 지난해에는 2만7647명으로 거의 반토막이 났다. 최소 1년 단위로 활동해야 하는 대학 내 유명 학회 및 동아리도 인기가 예전 같지는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립대 경영학회장은 “몇 년 전만 해도 학회에 들어오려고 재수, 삼수를 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지원자 수가 절반 가량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직무적합성과 경험을 중시하는 채용 문화가 확산되면서 생긴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무스펙 전형을 위한 또 다른 스펙’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성균관대 경력개발센터 관계자는 “기업들의 스펙 요구 수준은 줄었지만 직무적합성이나 경험을 강조하면서 준비할 게 오히려 더 많아졌다고 느끼는 학생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정광윤 인턴기자 성균관대 경영학과 졸업
서승희 인턴기자 성균관대 한문학과 4학년
김지현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