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패와 메달에 관계없이 박수를 받는 선수들이 있다.
불가능할 것 같은 역경과 장애물을 뛰어넘은 선수라면, 경기장에 서기까지의 과정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든 것이 눈에 선히 보인다면, 관중들은 경기 시작 전부터 그 선수에게 경의를 표한다. 올림픽이 아름다운 것은 세계적인 선수들의 화려한 모습과 함께 역경을 극복한 감동이 곳곳에 배어있기 때문이다.
1924년 파리 올림픽 이후 92년 만에 리우에서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부활한 럭비.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타원모양의 공을 쫓아 달리는 선수들 중 가슴에 성조기를 단 여자 선수가 있다. 미국 대표팀 주장을 맡고 있는 질리언 포터(30)다. 3기 암과 전신마비 직전까지 가는 척추 골절상을 딛고 올림픽에 출전한 포터에게 쏟아진 박수와 찬사는 올림픽 5위라는 성적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명예로운 상이다.
1년여 만에 완치 판정을 받고 필드로 돌아온 포터는 이전에도 선수 생명이 끝날 뻔 한 적이 있었다. 2010년 럭비 여자 월드컵에 출전했을 때 구르는 볼을 다투다 상대 선수에 깔려 목뼈가 부러졌던 것. 포터는 “상대 선수가 다른 선수들과 뒤엉켰다가 내 목 위로 떨어졌다”며 “당시 귀에서 ‘뚝뚝뚝뚝뚝’ 소리가 들리고 쓰러진 뒤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소견은 충격적이었다. 의사는 “5번 경추(목뼈) 골절에 인대도 찢어지고 디스크도 튀어나왔다”며 “전신마비가 올 수도 있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다. 다행이 운이 따라 수술 후 1주일 만에 목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포터는 이를 악물고 재활에 매달려 6개월 뒤 필드에 섰다. 포터는 “대학 때 처음 하게 된 럭비는 내 인생을 완전히 뒤바꿔 놨다”며 “중병과 사고에도 희망을 놓지 않도록 나를 강하게 만들어준 것이 바로 럭비”라고 말했다.
한 때 잘못된 길을 걸었다가 스포츠를 통해 올바른 길을 찾고 나라의 명예까지 높인 선수들도 있다. 37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 태국 복싱 대표로 출전한 암낫 루엔로엥이다. 그는 26세 때 2005년 강도 혐의로 징역 15년 형을 받고 수감됐다. 하지만 교도소에서 복싱을 시작하며 그의 인생은 바뀌었다. 수감 전 무에타이 훈련을 받았던 그는 복싱에 빠르게 적응했고 1년 반 만에 수감자 신분으로 출전한 태국 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의 재능을 알아본 태국 정부는 그를 가석방시키고 국가대표 복싱 선수로 발탁했다. 그렇게 출전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8강까지 올랐던 그는 8년 만에 다시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리우 올림픽에서 1차전을 승리한 루엔로엥은 두 번째 경기에서 프랑스의 소피아네 오우미하에게 패하며 올림픽 메달은 무산됐지만 실망하지 않았다. 루엔로엥은 “범죄자이던 나를 나라가 바꿔 줬다”며 “이제는 내가 나라를 위해 지치지 않고 뛸 차례”라고 말했다.
콜롬비아의 역도 대표 오스카 피게로아(33)도 차량 절도 혐의로 1년 6개월을 복역했던 전과자 출신이다. 그는 9일 리우 올림픽 역도 남자 62kg급 경기에서 합계 318kg을 들어올려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기 직후 신발을 벗고 바벨에 입을 맞추며 눈물을 흘린 피게로아는 “내 삶의 일부였던 역기와 이제는 작별한다”며 은퇴를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