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남자펜싱대표 박상영.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한체대 김병수 조교와의 인연
항상 옆에서 긍정의 용기를 준 은인
재활로 세계 100위 밖 시련 극복 큰힘
박상영 “금메달을 걸어드리고 싶다”
“마음 편히 즐겨라!”
펜싱대표팀 막내 박상영(21·한국체대)을 한국펜싱 사상 첫 올림픽 남자 에페 금메달리스트로 이끈 한국체육대학교 김병수 조교(36·사진)의 한마디다.
그러나 재활에 힘쓰는 동안 세계랭킹이 100위권 밖까지 떨어져 리우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할 위기에 몰렸다. 다시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선 성적이 필요했다. 박상영은 올해 초부터 국내대회에 출전했지만, 생각만큼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주변에서도 “이제는 힘들 것”이라며 부정적 이야기가 들려왔다. 곁에서 박상영을 지켜봤던 김 조교는 “본인은 다시 태릉선수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러지 못해 압박이 심했다. 주위에서 하는 이야기들 때문에도 시련이 컸다”고 전했다. 그럴 때마다 김 조교를 비롯해 한체대 최태석, 김용수 교수는 박상영의 조급함을 가라앉히고, 마음을 편히 먹을 수 있도록 했다.
박상영은 브라질 입성 전 미국 전지훈련 때부터 김 조교에게 “몸 상태가 정말 좋다. 최고의 컨디션이다”며 들뜬 마음을 전해왔다. 그러나 김 조교는 “그럴 때일수록 함부로 움직이지 말고, 다치지 않게 조심하라”고 당부하는 한편 “즐겨라. 리우에 애국가가 울려 퍼지게 해달라”며 용기를 심어줬다.
박상영이 브라질에 입국한 뒤로는 행여나 부담을 느낄까봐 개인적 연락도 하지 않았다. 쾌활한 성격에 긍정적 사고를 지닌 박상영은 김 조교의 말대로 올림픽을 온전히 즐겼다. 약속도 지켰다. 남자 에페 개인전 시상대 제일 높은 곳에 올라 한국이 펜싱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음을 전 세계에 확인시켰다.
사실 올림픽 첫 출전이었던 만큼 성과보다 경험에 더 무게가 실려 있었다. 에페 종목에선 물론 대표팀 내에서도 박상영은 유일한 대학생이자 막내다. 그래서 더욱 놀라웠다. 10일 박상영의 대형사고(?)로 학교에선 잔치 분위기가 펼쳐졌다. 김 조교는 “어느 정도 성적은 낼 줄 알았지만, 이렇게 크게 일을 낼 줄은 몰랐다. 재학생이 메달을 땄기 때문에 학교에서도 큰 잔치가 열렸다”고 말했다. 박상영의 금메달 획득 직후 인터뷰도 확인했다. “귀국해 금메달을 목에 걸어드리고 싶다”는 박상영의 말에 김 조교는 “돌아오면 바쁠 텐데 만날 시간이나 있겠나. 수고했다고 악수나 해야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CLIP ● 에페·플뢰레·사브르는?
한국의 올림픽 효자종목 중 하나인 펜싱은 에페, 플뢰레, 사브르의 3가지 세부종목으로 구분된다. 이들의 차이점은 점수인정범위와 공격방식에 있다. 플뢰레는 찌르기 공격만 가능하다. 점수인정범위는 팔을 제외한 상체만이다. 사브르는 찌르기 외에도 베는 공격이 가능하며, 팔을 포함한 상반신 전체를 공격할 수 있다. 플뢰레와 사브르는 먼저 팔을 뻗고 전진하는 선수에게 공격권이 있다. 에페는 플뢰레와 같이 찌르기 공격만 가능하지만, 전신이 점수인정범위다. 전신을 찌르는 종목이기 때문에 칼도 무겁고 길다. 플뢰레, 사브르에 사용되는 칼의 무게가 500g 이하인 반면 에페는 770g 이하의 칼을 사용하며 칼끝도 가장 날카롭다. 칼날의 길이는 에페, 플뢰레는 90cm(손잡이 포함 110cm), 사브르는 88cm(손잡이 포함 105cm)로 제한하고 있다. 경기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에페와 플뢰레는 3분 3회전으로 경기가 치러지는데, 15점을 먼저따면 종료된다. 사브르는 8점 획득 시 1분 휴식이 주어지고, 15점을 내면 경기가 끝난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