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어제 정례 브리핑에서 검찰 수사 등에도 불구하고 대우조선 살리기를 계속할 뜻을 밝혔다. 대우조선 고재호 전 사장이 5조4000억 원 규모의 회계 부정을 지시하고 현 경영진이 1200억 원대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혐의가 최근 검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그럼에도 금융위는 대우조선 파산 때 경제에 미치는 충격, 조선업에 미치는 영향, 채권보전 가능성 등을 고려해 정상화 추진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임 위원장의 발언은 기업 비리를 처벌하는 것과 기업 정상화는 분리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대우조선의 비리가 과거 경영진 시절에만 저질러졌고 현 경영진은 이를 수습하는 ‘선한 관리자’라는 전제가 성립돼야 가능한 이야기다. 그러나 정성립 사장은 과거의 부실을 털어내겠다고 공언해 작년 말 4조2000억 원의 국민 혈세를 지원받고도 올 초 회계사기를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정 사장이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회사 정상화를 지휘할 수 있을지,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대우조선을 세금까지 쏟아부어 살려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대우조선의 대주주인 KDB산업은행과 산은을 감독하는 금융위가 현 경영진의 회계 부정을 알고도 묵인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는 판이다.
현 경영진 수사가 대우조선의 수주에 차질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정부에서 나온다지만 그렇다고 비리를 그대로 묻어둘 수는 없다. 정부-국책은행-자회사로 이어지는 카르텔을 보호하려는 방어 논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대우조선을 워크아웃 대상인 C등급이나 법정관리 대상인 D등급이 아닌 정상 기업으로 분류한 것에 대해 임 위원장은 “이미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어서”라고 답했다.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한 특혜 금융을 부실기업에 집어넣는 방식을 강한 구조조정이라고 봐줄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