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균 논설위원
‘못 말리는 충성因子’
말단 당직자인 ‘간사병(丙)’부터 출발해 집권당 대표의 신화를 이룬 이정현 새누리당 신임 대표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이 후보 측근들이 알아주지도 않았다. 시키지도 않았다. 이회창을 대통령으로 만들겠다는, 타고난 충성심이랄까. 그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충성 인자(因子)’가 정치인 박근혜를 만나 꽃을 피운 것이다.
이 대표가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시절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건 것이 문제가 됐지만, 한나라당-새누리당 출입기자나 담당 데스크를 하면서 이정현의 전화 한 통 안 받아본 기자가 있을까. 2013년 민주당 양승조 최고위원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시해 사건을 언급하며 “박 대통령이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발언한 일이 있다. 당시 야당에선 분개한 이 수석이 ‘울먹였다’고 했고, 이 수석은 “울먹인 적 없다”고 반박했다. 실제 ‘폭풍 토로’하는 그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울먹인다는 오해를 살 만큼 열정적이다.
다혈질에 ‘못 말리는 충성심’은 종종 청와대 근무 시절에도 잡음을 불렀다. 2014년 6월 그가 홍보수석에서 물러난 것이 7·30 재·보선 출마를 위한 자의만은 아니었다. 충성심과 열정에 지략까지 겸비해 참모로는 최적인 그가 과연 리더로, 그것도 집권당의 리더로 잘 해낼 수 있을까? 이 대표가 답할 차례다.
이정현의 당선을 친박(친박근혜)의 집중 지원 때문으로만 본다면 단견(短見)이다. 그에게는 다른 후보들이 갖지 못한 스토리가 있었다. ‘흙수저’도 아닌 ‘무(無)수저’에서 출발해 새누리당 불모지 호남에서 연거푸 당선됐다는…. 스토리는 정치인이 성장하는 데 꼭 필요한 거름이지만, 그가 극복해야 할 또 다른 난관이기도 하다.
바닥에서 출발해 성공 스토리를 만든 주인공에게 밖에서는 찬사를 보낼지 몰라도 안에서는 ‘많이 컸네’라며 인정하지 않으려는 게 한국 사회 풍토다. 당장 정당 생활을 같이 해 온 친박의 서청원 최경환, 비박의 김무성 유승민 의원, 당직을 맡은 정진석 원내대표가 내심 대표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
‘특권 타파’ 적임자다
이를 극복할 길은 있다. 특유의 무기를 살려 국민의 지지를 얻으면 된다. 이 대표는 유세 과정부터 “국회의원들이 하는 셀프 개혁은 특권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개혁”이라며 “국민의 눈으로 기득권을 철저히 때려 부수겠다”고 열을 올렸다. 한국 정치의 특권과 기득권을 타파하는 데 ‘무수저’인 이정현만 한 적임자는 없다. ‘특권 내려놓기’, 이거 하나만 해내도 이정현은 성공한 대표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