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취임하자마자 “확 바꾸겠다”
김종인 찾아가 인사하는 李대표 새누리당 이정현 신임대표(오른쪽)가 10일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찾아가 정중하게 인사하고 있다. 이 대표는 “김 대표께서 잘 이끌어 달라”고 부탁했고 김 대표는 “여당이 양보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새누리당의 방향키를 잡은 이정현 신임 대표의 일성은 ‘뿌리째 변화’였다. 호남 출신 이 대표를 선택함으로써 시작된 변화의 바람을 정치권을 흔드는 ‘변혁의 돌풍’으로 만들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이었다. 하지만 계파 화합과 당청 관계 복원, 정권 재창출 등 이 대표에겐 숱한 과제가 놓여 있다. 당내에선 ‘이정현 체제’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이날 이 대표가 주재한 첫 최고위원회의는 변화의 ‘예고편’이었다. 박명재 사무총장은 회의 직후 “앞으로 국회의원 2, 3명씩이 모든 민생 현장을 찾아가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오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전날 당선 직후 기자들을 만나 “민생 현장에 2, 3명씩 삽 들고 파견해 의미 있는 일을 하다 보면 친박(친박근혜), 비박(비박근혜)을 찾을 수 있겠느냐”고 했다. 이 말을 곧바로 실천에 옮기겠다는 얘기다.
이 대표의 발언은 취임 첫날부터 거침이 없었다. 국립서울현충원 참배 직후 기자들을 만나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1년 6개월 남았다. 100년의 1년 6개월은 짧지만 (대통령 임기) 5년의 1년 6개월은 굉장히 길다”며 “앞으로 1년 6개월간 대선 관리도 중요하지만 대통령을 중심으로 민생과 경제, 안보를 챙기는 게 더 시급하다”고 못 박았다.
이어 당사에서 김재원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만나서는 “여당이 야당과 똑같이 대통령과 정부를 대하려 하면 그건 여당이 자기 본분과 지위, 신분을 포기한 것”이라며 “대통령과 맞서는 것이 정의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면 여당 소속 의원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일침을 놨다.
당내에선 이 대표의 ‘쾌속질주’에 불안한 시선을 보내는 이가 적지 않다. 당장 당 지도부를 친박계가 장악하면서 비박 진영의 박탈감은 커졌다. 전당대회를 통해 친박과 비박의 세(勢) 규모가 7 대 3이라는 점이 확인된 만큼 비박 성향 대선 주자들의 이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대표가 먼저 비박 진영을 끌어안지 않으면 여권 분열이 가속화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대표의 첫날 메시지는 통합과는 거리가 있었다. 청와대 우위의 당청 관계를 바꿔야 한다는 당내 여론과도 엇박자를 냈다.
‘이정현 체제’의 첫 시험대는 11일 박 대통령과의 청와대 오찬 회동이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경제 활성화와 구조개혁 관련 법안, 추가경정예산안의 신속한 처리 등 다양한 주문을 쏟아낼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 대표 등 새 지도부가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거취 문제나 개각 등을 두고 진언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 대통령에게서 ‘일감’만 받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이 대표는 “앞으로 사안에 따라 대통령과 직접 (소통)하겠다”고 했다.
이재명 egija@donga.com·강경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