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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호남으로 西進… 비상 걸린 국민의당, 새판 짜려는 더민주

입력 | 2016-08-11 03:00:00

이정현 대표취임 이후 ‘호남 삼국지’




이젠 3파전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호남 민심 쟁탈전에 이정현 신임 당 대표를 앞세운 새누리당까지 뛰어들었다. 영남을 기반으로 한 새누리당의 서진(西進)에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호남이 사실상 당의 전부인 국민의당은 위기감이 더 크다. 제1야당인 더민주당에 이어 집권 여당의 공세까지 감당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새누리당은 20대 총선에서 이정현 정운천 의원이 각각 전남과 전북에서 당선되며 호남 교두보를 마련한 데 이어 이정현 대표 체제가 되면서 호남 진출의 새로운 명분과 발판을 마련했다. 4·13총선 때 부산·경남에서 8명, 대구에서 2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한 야권의 동진(東進)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새누리당의 호남 공략은 불가피하다. 새누리당은 당장 올해 정기국회부터 예산 배려를 앞세워 호남 민심에 호소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총선 때 국민의당에 호남을 빼앗긴 더민주당의 기류는 복잡하다. 먼저 반전의 기회가 생겼다는 긍정적 분석이 있다. 판이 흔들릴수록 공략할 틈이 더 생긴다는 것이다. 더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여야 3당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우리는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고 더 절박한 심정이 될 것”이라며 “새누리당 이 대표의 등장은 더민주당에 좋은 약”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선 때마다 90% 안팎의 득표율을 기록한 호남에서 새누리당 대선 후보에게 20% 안팎의 득표를 허용한다면 대선 전체를 볼 때 큰 손실이라는 부정적 관측도 나온다. 이 때문에 더민주당 전당대회는 호남 공략의 전초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 대표 후보 중 누가 호남을 대표할 수 있느냐는 것뿐만 아니라 이들이 제시할 호남 탈환 전략에도 관심이 쏠리게 됐다. 당 관계자는 “현재 더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가 모두 영남 출신이라는 점에서 당 대표는 호남 사람이 돼야 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광주 출신의 김상곤 후보에게 유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종걸 추미애 후보는 각각 서울과 대구 출신이다.

두 거대 정당의 협공에 처한 국민의당은 적극적인 호남 구애에 나섰다. 전날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전북 지역을 방문 중인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10일 전주와 군산을 차례로 방문해 호남 몫 찾기에 나섰다. 박 위원장은 전북도의회에서 열린 현장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보수 정당 역사상 최초로 호남 출신 당 대표가 탄생했다”며 “호남에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우리 국민의당도 결의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은 차기 개각에서 반드시 호남 출신, 특히 전북 출신 인사를 발탁해서 이번만은 전북도민의 눈물을 닦아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권 대선 주자들도 호남 민심을 놓고 경쟁에 들어갔다. ‘하산’을 예고한 더민주당 손학규 전 상임고문은 “호남에서부터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생각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당 천정배 전 공동대표를 지지하는 인사들도 싱크탱크 격인 ‘자구구국(自救救國) 포럼’을 최근 결성했다. ‘호남 대표 주자’임을 앞세워 내년 대선에 도전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이 포럼에는 박주현 장정숙 의원, 부좌현 수석사무부총장, 이행자 당 부대변인 등 당내 인사들과 양미강 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총무 등 외부 인사들이 참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구구국’은 천 전 대표가 만든 조어로 ‘스스로를 구하고 나라를 구한다’는 의미다.

길진균 leon@donga.com·황형준 /전주·군산=송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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