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상의 스포츠맨들이 벌이는 치열한 경쟁은 아드레날린을 솟구치게 만드는 빅 이벤트다. 하지만 생활경제기자로서 올림픽을 보는 또 하나의 재미가 있다. 리우 올림픽에서 벌어지는 브랜드들의 마케팅 경쟁을 관전하는 ‘눈맛’도 여간 짭짤한 게 아니다.
태극전사들이 리우에서 입고 있는 옷이나 신발 등은 브랜드들의 보이지 않는 각축장이다.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브랜드들이 이 전쟁에 참전하고 있다.
영원아웃도어의 노스페이스, 골프와 양궁팀을 후원하는 엘로드와 헤드, 사격팀을 후원하는 휠라, 배구팀을 후원하는 아식스, 축구팀을 후원하는 나이키 등이다. 당연한 얘기가 되겠지만 이들 브랜드들은 자사가 후원하는 팀의 메달 획득을 그 누구보다 간절히 응원하고 있다.
그런데 요사이 영원아웃도어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올림픽 초반, 메달소식이 더디게 들려와 그렇지 않아도 시상식장 한국선수들의 모습을 학수고대하던 차에, 해외에서 판매되었던 미국 슈프림이라는 브랜드의 옷으로 인해 엉뚱한 유탄을 맞은 것이다.
문제의 발단은 이 브랜드가 미국 노스페이스와 콜라보레이션을 해 재작년 봄 해외 자사 매장에서만 판매했던 재킷이 ‘동해’가 아닌 ‘일본해’가 표기된 세계지도를 담고 있었다는 것. 이 사실이 뒤늦게 국내 네티즌 사이에 알려지면서 엉뚱하게도 이 재킷은 ‘노스페이스 지구재킷’으로 잘못 명명되었고, 급기야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에서 노스페이스 불매운동 직전까지 가게 된 것이다.
국내에서 노스페이스를 전개하는 영원아웃도어 입장에서는 황당무계한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이 제품은 확인 결과 디자인과 유통 역시 미국 노스페이스도 아닌 슈프림이 맡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의 옷이 판매된 2년 전이라면 영원아웃도어가 평창동계올림픽과 팀코리아 후원을 결정한 시기와 엇비슷하다. 올림픽조직위가 스폰서 영입에 난항을 겪고 있을 당시 내로라하는 대기업들도 선뜻 엄두내기 힘든 규모의 후원을 제일 먼저 결정해 한국 체육계로 하여금 한시름 놓게 했던 브랜드가 노스페이스였다.
리우 올림픽이 한창 중반전을 달리고 있다. 이제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세계 최대의 스포츠축제를 마음껏 응원하고 즐길 일만 남았다. 신은 태극전사들에게 재능과 노력을 준 대신 우리에게는 뜨겁게 박수를 칠 수 있는 건강한 두 손을 주었다. 짝짝짝∼ 팀코리아, 파이팅!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