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정의윤. 스포츠동아DB
KBO리그는 kt가 1군에 진입한 지난해부터 144경기 체제에 돌입했다. 현장에서는 “선수가 한정된 현실에서 경기수가 너무 많다”는 목소리가 높다. 올해는 이례적인 폭염이 한반도를 덮치면서 경기수에 대한 불만이 더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전 경기 출장을 이어가고 있는 ‘철인’들이 있다. NC 나성범, SK 김성현, 두산 허경민 등이다. 그 중 SK 정의윤은 사실상 첫 풀타임 시즌에서 4번타자로 전 경기 출장을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정의윤은 올 시즌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중심타자로 거듭났다. 지난해 SK로 트레이드돼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올해 그는 잠재력의 꽃을 피웠다. 11일까지 105경기에 출전해 타율 0.338(414타수 140안타), 24홈런, 86타점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 타격 9위, 홈런 5위, 타점 5위 등 타격 10걸 안에 이름을 올렸다.
정의윤의 활약이 더욱 값진 이유는 몸이 아파도, 힘이 들어도 꾸준히 경기에 출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4번타자로 전 경기를 뛰고 있다. 그는 “야구를 할 수 있을 정도로만 아프다. 못 할 정도로 아프지 않기 때문에 할 수 있다”며 웃고는 “체력 관리를 위해 맛있는 음식을 챙겨먹고 잠도 많이 잔다. 트레이너 파트가 도움을 많이 준다. 스케줄에 따라 훈련을 하고 있어서 버틸 수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정의윤을 떠받치는 힘은 호성적이 아닌 매일 경기에 나갈 수 있는 행복함이다. 그는 “경기에 나갈 수 있는 지금이 정말 행복하니까 계속 나가고 싶다”며 미소를 짓고는 “올 시즌을 시작하면서 전 경기 출장을 목표로 삼은 이유는 내가 전 경기를 뛰면 어떻게 될지 궁금해서였다. 하루에 4타석씩 들어서면서 배운 게 정말 많다. (경험을 통해) 자신감도 생겼다. 그래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정의윤은 이 행복을 지키기 위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야구와 마주하고 있다. 그는 “안 좋으면 어떻게 하면 보완해야 하나 고민하고, 잘 되면 계속 유지하기 위해 고민한다. 못 친 날은 분해서 잠을 못 이루기도 한다”며 “지난해 9월 SK로 와서 잘 했지만 올 시즌도 잘 하리라는 보장은 없지 않았나. 야구가 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은 알지만 ‘반짝’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