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양현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올 시즌 KIA에게 새로 개장한 고척스카이돔은 ‘악몽’과도 같다. 전반기 두 차례 3연전에서 전패하며 개장 이후 6연패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10일까지 고척돔을 방문한 원정팀들이 최소 2승씩을 챙길 때, KIA는 단 1승도 챙기지 못하는 굴욕을 맛봤다.
시범경기 때 돔구장 경험을 못해본 게 불운의 시작이었을까. 5월6일 첫 경기부터 6-15로 대패한 KIA는 7일과 8일엔 1점차 패배를 당했다. 7일 경기에선 에이스 양현종이 완투패(8이닝 4실점)했고, 8일엔 9회말 2사 후 무명의 넥센 박정음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았다.
한 번 꼬인 실타래는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7월 1~3일, 2번째 3연전에서도 승리는 없었다. 3연전 2번째 날에는 홈런 4개를 치고도 5-8로 패배했고, 마지막 날엔 또다시 연장 11회말 박정음에게 끝내기 안타를 허용했다.
다른 팀이 고척에서 최소 2승 이상을 올리는 동안, KIA의 고척 전패는 너무나 뼈아팠다. 넥센 상대로 1승(9패)에 그쳤고, 이러한 천적관계 탓에 중위권 싸움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사실 KIA와 넥센의 천적관계는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KIA는 2014년 상대전적 4승12패로 넥센에 밀렸고, 지난해에도 또다시 4승12패로 고개를 숙였다.
천적관계에는 보이지 않는 힘이 경기를 지배하곤 한다. 특정팀 상대로 강한 선수들에겐 “질 것 같지 않다”는 자신감이 있고, 반대로 약한 팀의 선수들은 어딘가 모르는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한다. 이 때문에 실책이나 평소 나오지 않는 실수들로 승부가 갈리는 사례가 많다.
11일 고척 넥센전도 처절했다. 3연전 2차례를 치렀기에 이번 2연전이 고척에서 치르는 마지막 경기다. 우천취소도 없는 돔구장이기에 다시 올 일도 없다. 최근 상승세로 5강 경쟁에서 우위를 점해가고 있지만, ‘고척돔 공포증’이나 넥센 상대 열세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였다.
KIA는 4회 김주찬의 동점 솔로홈런에 이어 5회 대거 5득점하며 승기를 잡나 싶었다. 1사 후 연속 4안타가 나와 3점을 냈고, 2사 후 김주찬이 우측 담장을 맞히는 장내홈런(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을 기록하며 2점을 더 뽑았다. 김주찬은 시즌 1호, 통산 79호, 고척돔 개장 첫 장내홈런을 기록했는데, 장내홈런을 포함한 연타석 홈런은 2014년 NC 테임즈(10월9일 대구 삼성전) 이후 역대 2번째였다.
진기록과 함께 기분 좋게 출발했으나, 믿었던 선발 양현종이 6회 2사 후 대거 5실점하며 6-6 동점이 됐다. 순항하던 에이스가 갑자기 무너져 더욱 당황스러웠다. 8회초 2사 후 브렛 필의 안타와 김주형의 볼넷으로 만든 1·2루 찬스에서 대수비로 들어온 포수 이성우의 중전 적시타가 터졌지만, 곧바로 8회말 넥센 박동원에게 솔로홈런을 맞아 다시 원점이 됐다.
9회초 1사 2루 득점 찬스를 날린 KIA는 9회말 1사 1·3루의 끝내기 위기에서 상대의 스퀴즈번트 시도를 저지하며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연장 10회초 2사 1·2루 찬스는 또 한 번 날아갔다. 이 와중에 8회 2사 후 등판했던 임창용은 계속해서 역투를 이어갔다. 10회말 2번째 아웃카운트를 바깥쪽 꽉 찬 149㎞짜리 강속구로 잡아낼 때만 해도 KIA에겐 희망이 있어 보였다.
그러나 다음 타자 서건창은 임창용의 초구 변화구를 받아쳐 빨랫줄 같은 타구를 만들었다. 타구는 우측 담장을 살짝 넘어갔다. 7-8, 역전패. 합의판정에도 홈런 번복은 없었다. 담장과 공의 차이는 수십 ㎝도 되지 않았다.
서건창의 개인통산 2번째 끝내기 홈런으로 KIA의 고척돔 승리 꿈은 허무하게 날아갔다. 이젠 12일, 고척돔 악몽을 털어낼 기회는 단 1경기만 남았다.
고척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