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사드 반대 3가지 속내] ① 美 영향력 확대 사전차단 남중국해 등 동시다발 對美공세… 역내 패권 위해 ‘전략적 충돌’ ② 한미일 삼각MD 구축 저지 사드, 美MD와 연계됐다고 판단… 탐지거리 더 긴 日레이더엔 침묵 ③ 한미 동맹 ‘내구성’ 테스트 ‘냉전의 산물’ 여론 조성 노려 ‘시진핑 내부불만 무마용’ 분석도
①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 확산 방지
중국은 사드 배치를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 추진 과정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2010년 아시아 재균형 정책 선언 이후 괌 앤더슨 기지의 전략폭격기 증강 배치, 남중국해 핵추진 항공모함 전력 증강, 동남아 국가들과의 군사협력 강화에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는 중국이 역내 패권국으로 공공연하게 자신감을 표출하는 과정에서 충돌 기류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중국은 과거 국익 관점에서 우선순위를 정한 뒤 타국과 맞섰지만 최근엔 여러 나라를 상대로 한 동시다발적 대응 행태를 보이기 시작했다. 한국과의 사드 문제는 물론이고 이달 초엔 동중국해의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에 중국 어선과 당국 선박을 함께 투입해 일본을 자극했다. 지난달 12일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가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는 중국의 주장이 부당하다고 판결했지만 여전히 공세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동시다발적인 전선을 마다하지 않고 패권국 대결이라는 ‘그레이트 게임’에 들어선 중국은 과거 패권국들이 가장 약한 고리부터 공략했던 것처럼 한국을 겨냥해 공세적 행보를 보이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국의 사드 배치가 한국과 미국, 일본의 미사일방어(MD) 삼각 동맹 구축의 사전 작업이라는 우려를 중국은 갖고 있다. 2000년대 초부터 최근까지 ‘MD 일체화’를 추진 중인 미국과 일본의 MD 동맹에 한국이 가세하면 중국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미 본토 타격 능력이 크게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한국의 사드는 미 본토 방어용 MD 체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한미 양국이 설명해도 중국은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또 한국에 배치할 사드 레이더는 종말단계요격모드(TM)로 최대 탐지거리가 800km여서 일본에 설치된 전방배치모드(FBM) 레이더(최대 탐지거리 2000km)보다도 탐지거리가 짧은데도 중국은 한국만 비난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최근 일본도 사드 배치를 추진하면서 중국은 주변국의 사드 배치의 종착점이 대중 견제용 한미일 MD 체제 구축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③ 한미동맹 한계 시험 및 중국의 내부 문제 분산용
중국의 사드 총공세 이면에는 한미 동맹의 내구도(Durability) 시험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중국의 경제적 영향권에 포섭된 한국을 공략해 한미 동맹이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저해하는 ‘냉전의 산물’이라는 여론을 조성하려는 목적이 깔려 있는 것이다.
중국 내부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는 접근법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한 2012년 이래 중국의 경제성장은 1978년 개혁·개방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전임자들보다 못한 성적표 앞에서 장기 집권을 노리는 시 주석이 외교정책, 부패와의 전쟁, 중국 도시 중산계층 확산의 안착이라는 시선 돌리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부패와의 전쟁 과정에서 불만을 가진 전직 관료들을 억누르고 안정적인 집권을 위해 사드 때리기에 나섰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