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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으로 들여다보는 백남준의 예술 세계

입력 | 2016-08-12 03:00:00

백남준 10주기 ‘뉴 게임플레이’전




스위스 작가 마크 리가 선보인 ‘1만 개의 움직이는 도시들’. 백남준아트센터 제공

내년 2월 19일까지 경기 용인시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뉴 게임플레이’전은 미디어 아티스트 백남준(1932∼2006)이 TV를 재료로 모색했던 시선을 게임이라는 이종(異種) 미디어를 통해 돌아보는 전시다.

대표작인 ‘굿모닝 미스터 오웰’(1984년)에서 보듯 백남준은 미디어를 통한 일방적 주입식 정보 흐름을 거부하고 다양한 존재의 신호가 끊임없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교류하는 이상향을 추구했다.

컴퓨터 게임은 태생적으로 사용자와 운영체제, 또는 다수 사용자 간의 지속적 정보 교류를 표방한다. 단순한 구닥다리 슈팅 게임이든 복잡한 변수가 무한한 상황을 빚어내는 최신 역할수행게임(RPG)이든 마찬가지다. 컴퓨터 게임은 사용자의 능동적 참여 없이는 미디어로서 작동할 수 없다.

독일 카를스루에 미디어예술센터(ZKM)와 협력 기획해 선보인 45점의 ‘작품’은 언뜻 미술관 전시보다는 게임산업 박람회를 연상시킨다. 지난 주말 오후 찾아간 이곳에서 만난 이들은 대개 어린 자녀와 함께 온 가족 방문객이었다. 기획자가 전시물 이면에 얹은 의미를 골치 아프게 들여다봐야 할 의무는 누구에게도 없다. 사용자의 몸동작에 반응하는 비누거품 동영상 앞에서 그저 즐겁게 웃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 또한 이 전시를 즐기는 좋은 방법이다.

한발 더 들어가고 싶다면 2층 전시실 ‘게임과 사회’ 코너의 게임 테이블 앞에서 가급적 많은 시간을 보내길 권한다. 성 정체성, 난민, 테러, 전쟁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테마로 끌어들인 독립 제작 게임을 체험할 수 있다. 모든 게임의 결말은 당연히 사용자의 선택에 달렸다. 031-201-8500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