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 2016 리우올림픽]김정환, 펜싱 첫 사브르 개인전 메달 2005년 도핑테스트 걸려 자격정지… 방황하던 시절, 아버지가 붙잡아줘 “돌아가시기 전 메달 땄어야” 눈시울
김정환이 10일(현지 시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사브르 개인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승리한 뒤 하늘을 향해 소리를 지르며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에게 기쁨을 전하기 위해서였다(맨위 사진). 한국 펜싱 사상 처음으로 사브르 개인전에서 메달을 딴 김정환이 동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중간 사진). 올림픽에 4차례 출전했던 남현희는 이날 여자 플뢰레 32강전에서 패해 아쉽게 탈락했다(아래 사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AP 뉴시스
10일(현지 시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김정환은 경기가 끝난 뒤 ‘지금 가장 생각나는 사람’을 묻는 질문에 “돌아가신 아버지”라고 답했다. 그는 “아버지는 정말 나를 위해서라면 하늘의 별이라도 따다 주실 분이었다. 살아 계셨다면 지금 나보다 더 기뻐하셨을 것”이라며 “더 빨리 운동을 잘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올림픽 메달을 땄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서울 신동중 2학년 때 펜싱을 시작한 김정환은 한국체대 졸업반이던 2005년 처음으로 국가대표가 됐다. 그해 서울 국제그랑프리 펜싱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지만 도핑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해 1년 동안 선수 자격정지를 당했다.
김정환은 아버지가 살아 계시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는 출전권을 얻지 못했다. 4년 전 런던 올림픽 때는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개인전에서는 19위에 그쳤다. 김정환은 “런던 때 금메달만큼이나 오롯이 내 힘으로 얻은 이번 동메달도 소중하다”고 말했다.
올림픽 때는 순환 원칙에 따라 3개 펜싱 종목 중 2개 종목만 단체전이 열려 이번 대회에는 남자 사브르 단체전 경기가 없다. 김정환은 “현실적으로 다음 올림픽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또 ‘가라, 마라’를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며 “다만 내가 대표팀을 하는 동안 한국 펜싱, 특히 사브르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이런 전통이 꾸준히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한국 여자 펜싱을 대표하던 ‘엄마 검객’ 남현희(35)도 이날 32강에서 패하며 마지막 올림픽 도전을 마쳤다. 남현희는 “그래도 속은 후련하다. 올림픽에 온 것만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며 “선수 생활 내내 나는 노력할 수밖에 없는 팔자를 타고났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번 대회에는 행운이 좀 따라줬으면 했는데 잘 안 됐다”고 말했다.
리우데자네이루=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