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12시간 시차도 문제없어
“이번 올림픽에는 아직 손님들이 와서 응원하면서 경기 보시고 그런 일이 없어요. 이번에는 시간대가 좀 그래서 아마 다들 그럴 거예요. 그렇게 열광적인 분위기는 아닌 것 같아요. 저도 올림픽이 시작하던 날에야 올림픽을 한다는 걸 알았거든요.” 김모 씨(42·치킨집 사장)
“응원은 단체로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번 올림픽은 너무 늦은 시간에 하니까 다들 집에서 본인들 편한 시간에 보거나 인터넷에서 자기들 관심 있는 종목만 찾아보더라고요. 이번에는 성적이 그다지 좋지 않은 것 같아서 관심이 더 낮아진 것 같아요.” 최영락 씨(50·회사원)
“응원가 아이디어를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해요.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음악을 많이 듣고 생각도 많이 하죠. 사람들이 한 번쯤 들어 보셨을 만한 대표 응원가 중에는 제가 만든 게 많아요. 이게 제가 응원하는 방식입니다.” 조지훈 씨(38·롯데 자이언츠 응원단장)
응원으로 하나 됐던 기억
“아이돌 공연에 저희처럼 엄마와 딸이 같이 오는 경우도 꽤 많아요. 주부들이 스트레스 풀 탈출구가 없잖아요. 이런 공연에 와서 같이 응원하며 소리 지르고 노래하면 스트레스가 해소돼요.” 강춘희 씨(50·식품서비스업체 직원)
“‘기수단’은 응원 중 멋진 퍼포먼스로 학교의 위상을 드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퍼포먼스 중간에 폭죽이 터졌던 순간이 기억에 남아요. 순간 귀가 멍해지면서 소리가 잘 안 들렸는데 모든 게 사라지고 우리만 세상에 남은 느낌이 들었죠. 괜히 감동받아 눈물이 나더라고요.” 김현철 씨(21·대학생·연세대 기수단)
이렇게 변했어요
“옛날 야구 문화는 지금보다 퇴폐적이었어요. 어릴 때 해태 팬이 난입해서 1루수를 때리려고 하는 걸 본 기억도 나요. 요즘은 스마트폰이 보급돼 있으니까 그런 일이 생기면 영상이 금방 퍼질까 봐 못 하겠죠.” 이동수 씨(32·지게차 운전사)
이런 문화 아쉬워요
“처음 학교 응원가를 배울 때는 3일 내내 몇 시간씩 똑같은 걸 배웠어요. 외국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친구는 문화적 충격을 받았는지 SNS에 길게 글도 썼죠. 모든 사람이 같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게, 그걸 몇 시간 동안이나 하는 게 사람에 따라 충격적일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죠.” 엄지이 씨(22·대학생)
“축구 경기장에 사람이 없을 때도 있어요. 그때는 학생들에게 봉사활동 시간을 보장해 주는 대신 관중석을 채우고 응원하게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우리 가게처럼 경기장 내에 설치된 먹거리 부스에서 맥주를 잘 팔지 않아요. 어차피 학생들은 맥주 안 사니까요.” 이정림 씨(40·대성건어물 직원)
우리도 응원해 주세요
“‘골볼’은 상대방 팀의 골에 공을 넣어야 하는 시각장애인 종목입니다. 공에서 나는 방울 소리를 듣고 공을 막기 때문에 경기 중에는 조용히 해야 해요. 선수가 소리를 내면 페널티를 받죠. 공이 들어간 찰나의 순간에 환호와 박수가 터지는데 그 순간이 가장 짜릿해요. 선수들은 응원을 소리로밖에 느낄 수 없으니까요.” 김미정 씨(39·대한장애인골볼협회 사무국장)
“2014년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등 주요 프로 스포츠의 총관중이 1059만9803명이었습니다. 하지만 프로 스포츠 4종목 외의 종목은 관중 데이터조차 존재하지 않죠. 프로 스포츠 외에는 대부분 엘리트 스포츠에 치중해 클럽, 관중에 대한 관리가 미비했기 때문이죠.” 김미숙 씨(43·한국스포츠개발원 정책개발실 선임연구원)
“장애인 체육에는 ‘응원 문화’라는 말이 어색해요. 가족과 지인을 빼면 보러 오는 사람이 사실 없으니까요. 그 대신 협회에서 온라인으로 응원 캠페인을 많이 진행하려 하는 편이에요. 게시물에 응원 덧글이 달리면 선수들은 힘을 얻기도 합니다. 언젠가는 해외처럼 패럴림픽 관중석이 꽉 차는 날이 오길 바라요.” 오주영 씨(40·대한장애인체육협회 직원)
오피니언팀 종합·조혜리 인턴기자 성균관대 의상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