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경은 영화와 TV 드라마에도 출연하며 연기 보폭을 넓히다가 1981년 돌연 연예계에서 모습을 감췄다. 1983년 신격호 당시 롯데 회장(현 총괄회장)의 딸을 낳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갑작스러운 은퇴의 수수께끼가 풀렸다. 신격호는 61세의 나이에 얻은 ‘손녀뻘 딸’ 신유미를 끔찍이 아꼈고 훗날 자신의 호적에 입적했다. 국내 5위 그룹 총수의 ‘숨겨진 여자’ 서미경은 재계에서 ‘롯데의 별당 마님’으로도 불렸다.
▷신격호가 서미경, 신유미 모녀를 챙기기 위해 만든 유원실업과 유기개발은 롯데의 식당 분야에서 막강한 파워를 가진 알짜 회사다. 롯데백화점에서 영업하는 비빔밥전문점 유경, 냉면전문점 유원정, 우동전문점 향리 등이 모두 이들 모녀와 관련된 식당이다. 서 씨 모녀와 관련된 회사나 점포는 신유미의 이름을 딴 ‘유’자가 들어간 곳이 많다. 롯데의 식당가 담당 임직원이 바뀔 때 전임자와 후임자 사이에 ‘비밀의 로열 패밀리 족보’를 인수인계하는 불문율도 있었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