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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권순활]‘롯데의 별당 마님’ 서미경

입력 | 2016-08-12 03:00:00


롯데그룹은 1970, 80년대 미스 롯데 선발대회를 열었다. 원래는 회사 CF 모델을 뽑기 위한 행사였지만 연예인들의 등용문 역할도 했다. 원미경 이미숙 채시라 이미연 등 뒷날의 톱스타들도 이 대회를 통해 세상에 얼굴을 알렸다. 관심이 높았던 1977년의 제1회 미스 롯데는 아역 연예인 출신인 만 18세의 서미경이 차지했다. 지금도 많은 국민의 귀에 익은 ‘껌이라면 역시 롯데껌∼’이라는 방송 광고의 첫 모델이다.

▷서미경은 영화와 TV 드라마에도 출연하며 연기 보폭을 넓히다가 1981년 돌연 연예계에서 모습을 감췄다. 1983년 신격호 당시 롯데 회장(현 총괄회장)의 딸을 낳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갑작스러운 은퇴의 수수께끼가 풀렸다. 신격호는 61세의 나이에 얻은 ‘손녀뻘 딸’ 신유미를 끔찍이 아꼈고 훗날 자신의 호적에 입적했다. 국내 5위 그룹 총수의 ‘숨겨진 여자’ 서미경은 재계에서 ‘롯데의 별당 마님’으로도 불렸다.

▷신격호가 서미경, 신유미 모녀를 챙기기 위해 만든 유원실업과 유기개발은 롯데의 식당 분야에서 막강한 파워를 가진 알짜 회사다. 롯데백화점에서 영업하는 비빔밥전문점 유경, 냉면전문점 유원정, 우동전문점 향리 등이 모두 이들 모녀와 관련된 식당이다. 서 씨 모녀와 관련된 회사나 점포는 신유미의 이름을 딴 ‘유’자가 들어간 곳이 많다. 롯데의 식당가 담당 임직원이 바뀔 때 전임자와 후임자 사이에 ‘비밀의 로열 패밀리 족보’를 인수인계하는 불문율도 있었다.

▷신격호가 2005∼2010년 차명으로 보유하던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6%를 서미경 모녀에게 넘겨주면서 6000억 원대의 양도소득세와 증여세를 탈루한 정황이 검찰 수사에서 포착됐다. 윤리적 논란과는 별도로 신격호가 20대 초반부터 재계 총수의 ‘그늘 뒤 여자’로 살아야했던 서미경과, 환갑이 넘어 본 막내딸을 애틋하게 여긴 것은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업 지분이나 백화점 매장 운영권을 넘기는 과정에서 나라 세금을 축내는 탈세와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면 법의 엄정한 심판을 피하긴 어려울 것이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