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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째 金’ 태극 女궁사들이 리우에서 싸웠던 3가지

입력 | 2016-08-12 13:30:00

올림픽 여자양궁대표 장혜진-최미선-기보배(왼쪽부터).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태극궁사들은 위대했다.

남녀 단체전을 싹쓸이했던 대한민국 양궁은 12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삼보드로모 경기장에서 열린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에서 ‘캡틴’ 장혜진(30·LH)이 세트점수 6-2(27-26 26-28 27-26 28-27)로 리사 운루(독일)를 제압, 3번째 양궁 금메달을 추가했다. 한국의 역대 8번째 올림픽 최고 여자궁사로 이름을 올린 장혜진은 역대 7번째 올림픽 여자양궁 2관왕에 등극하는 또 다른 영예도 누렸다. 1988년 서울대회부터 2004년 아테네대회까지 하계올림픽 5연속 금메달을 획득한 여자양궁은 2008년 베이징에서 아쉽게 2관왕을 놓쳤으나 4년 전 런던대회에서 기보배(28·광주광역시청)가 개인·단체전을 석권해 전통과 명성을 이어갔다. 장혜진은 “(기)보배를 이기고 결승에 올라갔기 때문에 무조건 결실을 맺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결승전 심경을 되돌아봤다.

물론 소득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대회 4강에서 장혜진에 세트점수 3-7로 진 기보배는 여자양궁대표팀 ‘막내’ 최미선(20·광주여대)을 8강에서 꺾은 알레한드라 발렌시아(멕시코)와 팽팽한 접전 끝에 세트점수 6-4(26-25 28-29 26-25 21-27 30-25)로 승리해 가장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언제 어디서나 당당했던 우리네 태극궁사들이지만 리우올림픽은 정말 버거웠다. 4가지와 싸워야 했다. 직접 몸을 부딪히는 종목이 아니기에 자기 자신을 이겨야 했고, ‘대한민국 양궁은 당연히 금메달’이라는 불편한 세간의 인식과 싸워야 했다. 이전까지 역대 하계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금메달(19개)을 안겨줘서인지, 어느 순간 올림픽 금메달을 당연시 여기는 상황이 됐다. 선수들에게는 엄청난 압박으로 작용했다. 대한양궁협회 김기찬 부회장은 “우리 양궁은 경력이 쌓일수록 나이가 들수록 부담이 커진다”고 했는데, 정확히 맞는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리우올림픽 양궁 종목의 최대변수가 된 바람을 극복해야 했다. 빈민가 밀집지역인 삼바드로모 경기장의 날씨는 종잡을 수 없었다. 잔뜩 찌푸린 하늘이 갑자기 파래졌다 다시 어두워지고, 시시때때로 돌풍이 몰아쳤다. 어지간해선 실수를 하지 않는 장혜진과 기보배가 10점 만점에 3점과 5점짜리 화살을 쏘는 실수를 범하기도 했다. 물론 경쟁국 선수도 같은 처지이지만 굉장히 당혹스러운 상황을 야기했다. 경험은 적지만 리우올림픽 직전까지 가장 컨디션과 몸이 좋았던 최미선이 예상 밖으로 조기 탈락한 것도 바람 탓이 컸다. 언니들은 “(최)미선이가 오늘 날씨가 좋지 않아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낙심하고 잘 이겨내서 4년 뒤 도쿄올림픽에서 꼭 기쁨을 누렸으면 한다”고 격려했다.

뿐만 아니라 동료들도 눌러야 했다. 단체전에 이어 개인전이 치러지는 양궁 종목 특성상, ‘오늘의 친구는 곧 내일의 적’이다. 지난 연말 재야선발전을 시작으로 4월 대전 유성에서 열린 최종 선발전까지 수개월의 선발 과정을 거치면서 남녀 각각 3명씩의 올림픽 궁사들을 가렸다. 이렇게 뽑힌 선수들은 올림픽까지 마지막 3개월간 피나는 훈련을 거듭한 뒤 리우에 입성할 수 있었다. ‘모두’와 ‘우리’라는 단어로 힘들 때마다 서로 격려를 주고받던 선수들이 갑자기 라이벌이 된다는 건 정말 고통스러운 상황이다. 기보배는 “(장)혜진이는 아주 쾌활한 친구다. 힘들 때 친구를 많이 의지했고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경기 직후와 시상대에서, 또 공식 인터뷰 룸에서 보이고 흘린 태극궁사들의 웃음과 눈물은 참으로 많은 것들을 담고 있었다.

리우데자네이루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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