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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 영아, 비행기서 내린뒤 숨져…무슨일?

입력 | 2016-08-12 22:24:00


대형병원에 가기 위해 제주 발 청주 행 대한항공 여객기에 탔던 생후 5개월 아기가 병원으로 후송된 직후 숨졌다. 숨진 아기의 부모는 대한항공 직원들에게 “구급차를 청주공항에 대기시켜달라”고 요청했지만 직원 간 의사소통 착오로 구급차는 준비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강모 씨는 아내와 5개월 된 막내딸을 데리고 문제의 대한항공기를 탔다. 원래 대전에 사는 강 씨 부부는 전날 딸과 함께 제주도 본가에 왔다가 딸이 밤새 평소보다 더 칭얼대고 잠을 못 자는 등의 증상을 보이자 현지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당시 아기를 진료한 의사는 “육지의 큰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강 씨 부부는 곧바로 제주공항으로 가서 탑승 수속을 밟았다. 두 사람은 항공기를 타는 동안 아기 상태가 나빠질 것에 대비해 항공권을 발권하기 전 대한항공 직원에게 아기의 증세를 얘기했다. 해당 직원은 곧바로 진료를 한 의사와 연락해 “탑승이 가능하다”는 소견을 듣는다. 이 과정에서 강 씨 부부는 탑승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내용을 담은 서약서에 서명을 했다.

비행기에 탑승하기 직전 아기의 호흡이 가빠지는 증세가 보이자 강 씨 부부는 탑승구 앞에서 항공권을 체크하는 대한항공 직원에게 “아이가 비행기에서 내리면 바로 청주공항에서 병원으로 가야 할 것 같으니 구급차를 대기시켜달라”고 요청했다. 이 직원은 “항공권을 받을 때 발권카운터에도 이야기를 했느냐”고 물었고, 강 씨 부부는 “의사와 발권 카운터 직원이 통화를 했고 서약서도 냈다”고 답변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때 직원이 강 씨 부부의 이야기를 오해했다”며 “발권카운터에서 구급차 대기 요청까지 이뤄진 것으로 간주하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강 씨 부부는 비행기가 이륙한 뒤 기내에서도 재차 구급차 대기 요청을 했지만 승무원은 발권카운터에서 이미 대기 요청이 접수된 것으로 간주하고 응급교신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결국 강 씨 부부가 청주공항에 도착했을 때 구급차는 없었다. 강 씨 부부는 마중 나온 가족의 승용차로 황급히 병원으로 갔으나 응급실에서 아기는 숨졌다. 사인은 심장근육이 염증으로 손상돼 심장 기능이 급속히 약해지는 급성심근염이었다.

사건 뒤 대한항공 측은 임원들을 직접 빈소로 보내 숨진 아기의 부모에게 잘못을 사죄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구급차가 대기하지 못했던 과정에 직원들의 명백한 실수가 있었다”며 “다만 피해 아동의 사망과 구급차 대기 여부 간에 확실한 인과관계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은택 기자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