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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먼저 만난 온두라스, 기내엔 냉기류만…

입력 | 2016-08-13 03:00:00

[리우 올림픽]한국, 같은 비행기 타고 8강전 결전지로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아래쪽)과 온두라스 대표팀이 11일 공교롭게 같은 비행기에 탑승해 신경전을 펼쳤다. 두 팀은 8강전이 열리는 브라질 벨루오리존치로 이동하는 길이었다. 브라질리아=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14일 오전 7시에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축구 토너먼트 8강전에서 피할 수 없는 승부를 펼쳐야 하는 한국과 온두라스. 하지만 두 팀이 먼저 마주친 곳은 경기장이 아닌 브라질리아 공항이었다.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결전의 장소인 브라질 벨루오리존치로 이동하는 두 팀의 항공편을 11일 같은 시간에 마련해줬기 때문이다.

눈인사를 주고받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양 팀 사이엔 냉기류가 흘렀고, 수장들은 신경전을 펼쳤다. 호르헤 루이스 핀토 온두라스 감독은 취재진에게 “한국의 와일드카드가 누구냐”고 물었다. 이에 신태용 감독은 “우리 팀을 모두 분석했으면서도 모르는 척한 것”이라면서 “비행기 안에서부터 온두라스의 기를 꺾어 놓고 싶다”고 말했다. 두 개 좌석을 사이에 두고 온두라스는 비행기 앞쪽에, 한국은 뒤쪽에 앉았다. 몇몇 온두라스 선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한국 선수들의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기도 했다. 그러나 ‘신태용호’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의 선수는 커다란 헤드폰을 쓰고 음악을 들으면서 잠을 청했다.

10일(현지 시간) 멕시코와 치렀던 올림픽 남자 축구 조별예선 3차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권창훈을 향해 주먹을 쥐어 보이며 기뻐하는 신태용 감독. 리우데자네이루=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벨루오리존치에 도착한 신 감독은 “상대 감독의 매너 없는 행동에 흔들리지 않고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핀토 감독이 6월 국내에서 열린 4개국 대회에서 신 감독에게 불쾌한 기억을 남겼기 때문이다. 당시 핀토 감독은 한국과 2-2로 비기자 신 감독과 악수를 하지 않고 경기장을 나갔다. 또 한국 코칭스태프를 향해 심판을 매수한 것 아니냐는 제스처를 취했다. 2년 전 브라질 월드컵에서 코스타리카를 이끈 핀토 감독은 심리전에 능한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브라질 월드컵 때는 조별리그에서 강호 우루과이와 이탈리아를 꺾는 등 이변을 일으킨 끝에 팀을 8강에 올려놔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2년 전 그는 “월드컵이 끝난 이후 한국을 비롯해 남미 2개국에서 대표팀 감독 제의를 받았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 홍명보 전 감독의 후임자를 찾던 대한축구협회는 “핀토 감독은 후보군 중 한 명이긴 했지만 협회 차원에서 직접 접촉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신 감독은 피지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악연이 있는 프랭크 파리나 피지 감독을 꺾었다. 파리나 감독은 신 감독이 10년 전 호주 프로축구 브리즈번의 코치일 때 신임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피지전을 앞두고 신 감독은 “파리나 감독은 나를 이방인 취급했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피지를 상대로 8-0 대승을 거두면서 자존심 대결에서 승리했다.
 
벨루오리존치=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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