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O 2016 리우올림픽] 장혜진 女양궁 개인전 金 2관왕… “4등 꼬리표 4년만에 날렸어요”
金빛 미소 나는 ‘짱콩’! 장혜진의 등 뒤에는 ‘짱콩’이라는 글자가 붙어 있다. 원래 별명은 ‘땅콩’이었지만 땅콩 중에서 최고가 되라는 뜻으로 붙였다고 한다. 시상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그는 말 그대로 진정한 짱콩이 됐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장혜진은 12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보드로무 경기장에서 열린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 양궁 개인전 결승에서 독일의 리자 운루흐를 세트 점수 6-2(27-26, 26-28, 27-26, 29-27)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4년 전 대표팀 탈락의 아픔을 씻었다. 장혜진은 2012년 런던 올림픽에 나갈 여자 대표팀 3명을 뽑는 선발전에서 4등을 해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8일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장혜진은 리우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 중 첫 2관왕이 되면서 별명 ‘짱콩’처럼 최고가 됐다. 장혜진은 키(158cm)가 작아 어릴 때부터 ‘땅콩’으로 불렸다. 그러다 기왕이면 땅콩 중에 최고의 땅콩이 되라는 의미로 친구가 붙여준 별명이 ‘짱콩’이다. 단체전 금메달을 딴 뒤 “무지갯빛 솜사탕 같은 맛”이라고 소감을 말했던 장혜진은 개인전 금메달의 맛을 “배고플 때 먹는 초코파이 맛”이라고 했다. 장혜진은 리우에 도착한 뒤로 하루도 빠짐없이 먹었을 만큼 초코파이를 좋아한다.
엄지 척… 자랑스러운 한국 女궁사들 “고마워요, 최고예요!” 양궁 여자 개인전에서 나란히 금메달과 동메달을 따낸 장혜진(오른쪽)과 기보배가 응원 온 교민과 동료 선수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화답하고 있다. 장혜진의 금메달로 한국 양궁은 12일(현지 시간)까지 양궁에 걸린 금메달 4개 중 3개를 가져왔다.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세계 랭킹 6위 장혜진의 개인전 금메달은 예상 밖이다. 리우 올림픽에 출전한 여자 대표팀 3명 중 장혜진의 랭킹이 가장 낮다. 최미선(20·광주여대)은 1위, 기보배(28·광주광역시청)는 3위다.
장혜진은 대기만성형 선수다. 대표팀 막내 최미선이 고교 1학년 때 단 태극마크를 장혜진은 23세 때인 2010년에야 달았다. 중학교 때까지는 전국대회에 나갈 실력도 못 됐다. 같은 학년인 기보배가 2002년 전국소년체전에서 3관왕을 할 때 장혜진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선수였다.
게다가 중학교 때는 양궁 선수에게 치명적이라는 클리커병이 찾아와 날마다 울고불고 한 적도 있다. 클리커병은 양궁 선수들이 자신감 부족이나 다른 알 수 없는 이유로 시위를 놓지 못하는 일종의 불안 증세다. 옆에서 보다 못한 가족들은 양궁을 그만두라고 했다. 하지만 장혜진은 “‘내가 양궁에 소질이 없구나’ 하는 생각을 한 적은 있어도 양궁이 싫었던 적은 없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양궁을 계속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장혜진이 올해 4월 19일 끝난 리우 올림픽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에서 4위로 탈락한 후배 강채영(20·경희대)에게 다가가 “수고했다”며 눈물을 흘린 것도 ‘4등 탈락’이 주는 아쉬움과 허탈함이 얼마나 큰지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장혜진은 “‘4등 탈락’이라는 꼬리표가 4년 동안 따라다녔다.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로 그런 꼬리표를 뗄 수 있게 돼 속이 다 후련하다”고 말했다.
장혜진은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대표팀 1진은 아니었다. 평소 양궁 남녀 국가대표는 각각 8명이지만 주요 국제대회에는 1진 3명이 출전한다. 이 때문에 장혜진은 2015년 9월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프레올림픽 때 1진들과 함께 브라질에 가기는 했지만 경기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당시 장혜진은 그날그날 경기가 끝나고 나면 올림픽이 열릴 경기장에서 혼자 연습하면서 “올림픽 때는 꼭 내가 이 자리에서 활을 쏘겠다”고 다짐했다.
‘4등 탈락’ 후 장혜진의 슬럼프가 오래가지 않았던 것은 긍정적이고 쾌활한 성격 때문이다. 장혜진은 개인전 우승 소감을 밝히면서 “항상 긍정적인 마음으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오늘과 같은 결과가 따라왔다고 생각한다. 일이 잘 안 풀리더라도 매사에 긍정적인 자세로 노력하면 언젠가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장혜진은 리우 올림픽 남녀 대표팀 6명 중 나이가 제일 많지만 무게를 잡지 않고 훈련 분위기를 밝게 하는 데 늘 앞장섰다. 태릉선수촌 훈련장에 웃음소리가 잦았던 것도 장혜진 때문이었다. 장혜진은 표정 모사로 사람을 웃기는 재주가 있다. 양창훈 여자 양궁 대표팀 감독(46)은 “혜진이는 남자 대표팀 구본찬과 함께 팀 분위기를 살리는 재주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