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또 무산된 여자양궁 개인전 2연패 한국 선수끼리 기록 막는 아이러니

입력 | 2016-08-13 03:00:00

[RIO 2016 리우올림픽]
선발전 통과하면 누구나 우승 후보… 경기 당일 컨디션따라 메달 색 갈려




기보배(28)는 한국 양궁을 빛낸 숱한 신궁 가운데 김수녕(45)을 가장 존경하는 선배로 꼽는다. 김수녕이 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를 포함해 한국 선수 최다인 6개의 메달을 땄기 때문만은 아니다. 기보배는 “하늘의 별 따기라는 올림픽 대표 선발전을 3번이나 통과했다는 게 놀랍다”고 말한다.

올림픽 여자 양궁에서 사상 첫 개인전 2회 연속 우승을 노렸던 기보배는 12일 리우 올림픽 여자 양궁 개인전 준결승에서 장혜진(29)에게 패한 뒤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2관왕 기보배가 타이틀을 지키지 못하면서 올림픽 여자 양궁 개인전 2연패 선수는 리우에서도 허락되지 않았다. 한국 여자 양궁이 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1984년 로스앤젤레스 대회부터 리우까지 탄생한 9명의 챔피언 가운데 8명이 한국 선수였던 것을 감안하면 태극 궁사들의 치열한 집안싸움이 2연패 실종을 낳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보배 역시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 선수들이 같이 출전하지 않았다면 가능했을 수 있다. 그 어렵다는 선발전을 이겨냈기 때문에 우리 선수 누구나 우승 후보”라고 웃으며 말했다.

한국 양궁이 세계 최고의 경기력을 유지하는 것은 바늘구멍에 비유되는 국가대표 선발전이 있기에 가능했다. 리우 올림픽 대표 선발은 지난해 9월 시작돼 올 4월까지 5차례의 선발전과 평가전으로 이뤄졌다. 남녀 각 64명의 선수로 출발해 차례로 32명, 16명, 8명을 추려 나간 뒤 남녀 각각 3명을 가리는 서바이벌 게임이었다. 선발 과정에서 어떤 파벌과 특혜도 있을 수 없다.

리우에서 한국을 양궁 여자 단체전 8연패로 이끈 장혜진과 기보배는 런던 올림픽 대표 선발전도 함께 치렀다. 두 선수는 런던과 리우 올림픽 선발전을 합해 1인당 1만 발 가까운 화살을 쐈고, 사대까지 걸은 거리만도 왕복 300km가 넘었다.

이 같은 대표 선발 방식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원조 신궁인 김진호 한국체대 교수는 “1970년대 후반에도 선발전을 8차까지 치렀다. 그게 너무 힘들어 활을 놓게 됐다”고 말했다. 지도자와 대한양궁협회 임원으로 8회 연속 올림픽에 참가한 서거원 인천 계양구청 총감독은 “선발전에서 선수의 장단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 자료로 완벽에 가까운 올림픽 대비를 한다”고 말했다.

대한양궁협회는 올림픽 경기 방식의 변화를 예측하고 준비하기로도 유명하다. 서 총감독은 “한국 양궁은 2년 전부터 남녀 혼성 경기를 하고 있다. 4년 뒤 도쿄 올림픽에서 채택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 여자 양궁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부터 나온 17개의 금메달 중 16개를 독식했다. 해가 지지 않는 양궁 왕조는 결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