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현지시간) 2016리우올림픽 남자축구 8강전 열린 브라질 벨루오리존치 미네이랑 경기장에서 한국이 온두라스에 1:0으로 석패했다. 손흥민 선수가 그라운드에서 아쉬워하고 있다.벨루오리존치=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손흥민(24·토트넘)이 끝내 터지지 않은 ‘한 방’에 눈물을 흘렸다. 2년 전 브라질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 뒤 눈물을 쏟아냈던 손흥민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8강에서 탈락한 뒤 다시 울음을 터트렸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14일 브라질 벨루오리존치의 미네이랑 주경기장에서 열린 리우 올림픽 남자축구 8강전 온두라스와의 경기에서 0-1로 졌다. 이날 64%의 높은 볼 점유율(온두라스 36%)과 슈팅 수 16개(온두라스 6개)의 압도적인 경기를 펼치고도 한 방을 터트리지 못한 대표팀은 경기가 끝난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울음바다로 만들었다. 반면 경기 초반부터 수비에 치중했던 온두라스는 후반에 단 한번의 결정적 역습 기회에 한 방을 터트리며 4강에 올랐다.
2회 연속 올림픽 메달 획득의 꿈이 좌절된 뒤 손흥민은 10여분 간 그라운드에 엎드려 굵은 눈물을 쏟아냈다. 여러 차례 결정적인 슈팅을 날리고도 골을 기록하지 못한 그는 코칭스태프의 부축을 받고서야 일어났다. 눈 주위가 퉁퉁 부은 손흥민은 경기장을 찾은 교민들의 격려에도 고개를 들지 못하고 그라운드를 빠져 나왔다.
올림픽 대표팀에서 와일드카드(24세 이상)로 팀의 구심점 역할을 해야 했던 손흥민은 이날 대표팀의 ‘해결사’가 되지 못했다. 손흥민은 이날 양 팀 선수를 통틀어 최다인 8개의 슈팅을 날렸지만 전반 추가시간에 나온 발리 슈팅 등 3~4차례의 결정적 슈팅이 모두 온두라스 골키퍼 루이스 로페즈의 선방에 막혔다. 후반 14분엔 오히려 손흥민의 패스가 상대에게 차단 된 것이 빌미가 돼 온두라스의 결승골로 이어졌다. 이날 손흥민이 흘린 눈물은 패배의 아쉬움보다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손흥민은 “내가 찬스를 놓치는 바람에 경기를 망친 것 같아 죄송하다. 너무 미안해서 라커룸에서 동료들의 얼굴을 볼 수도 없었다”며 “후배들이 정말 열심히 뛰었다. 어린 선수들이 비난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패배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이날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뒤 손흥민은 주심에게 달려가 격렬하게 항의했다. 후반 추가 시간(3분)에 온두라스 선수들이 경기를 지연하는 행동을 했음에도 시간을 더 주지 않은 것에 대한 항의였다. 추가 시간 중에 선수 교체, 부상 확인 및 치료 등으로 허비된 시간을 추가로 반영할지 말지는 주심의 재량이다. 2013년 1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과 웨스트헴 유나이티드 경기에서는 부상으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웨스트햄의 다니엘 포츠가 그라운드를 빠져 나갈 때까지 걸린 10분 이상의 시간을 합쳐 추가 시간이 12분 58초가 적용됐었다. 손흥민은 “내가 (추가 시간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조금이라도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주심이 추가 시간을 6분은 줬어야 했다. 큰 대회임에도 주심의 대응이 미흡했던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신 감독은 경기 후 “손흥민이 너무 가슴 아파하고 있다. 위로가 필요한 때다”고 말했다. 조별리그 기간 내내 손흥민이 대표팀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도맡고, 룸메이트 황희찬(잘츠부르크)과 공격 전술을 연구하는 등 올림픽 메달에 대한 열정을 불태운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패배에 대한 아쉬움을 떨쳐내지 못한 것은 모든 선수들이 똑같았다. 믹스트존에서 대성통곡을 한 수비수 정승현(22·울산)은 “1년 반 정도 올림픽 대표팀에 있으면서 너무나 많이 성장했다. 그래서 더 아쉽고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류승우(23·레버쿠젠)는 “처음부터 상대를 강하게 밀어붙이지 못해 무너졌다. 오늘처럼 중요한 경기에서 골을 넣어야 하는데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신 감독은 오열하는 선수들에게 “너희들은 이게 끝이 아니고 시작이다. 더 열심히 해서 국가 대표팀에서 만나자”고 격려했다. 그는 “마지막 경기라는 각오로 나선 선수들이 (온두라스보다) 월등히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골 결정력 부족으로 인한 패배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올림픽 대표팀 선수들은 ‘골짜기 세대’ ‘희망이 없는 팀’이라는 평가들을 이겨냈다. 이 선수들이 이끌어 갈 한국 축구의 미래는 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