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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경제]“수요일 오후 5시 칼퇴근… 확인할겁니다”

입력 | 2016-08-15 03:00:00

LG유플러스 권영수 부회장, 한달 두번 조기퇴근 직접 챙겨
“즐거운 직장, 경영성과로 이어져”




곽도영·산업부

최근 스마트워크가 다시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나서서 기업 스마트워크센터를 찾고, 주요 기업들도 유연근무제 방침을 속속 발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에 얼굴은 비쳐야지’ ‘상사가 안 가고 있는데 어딜 퇴근해’라는 분위기가 남아 있는 회사에서는 먼 나라 이야기입니다. 만약 최고경영자(CEO)가 ‘칼퇴(정시 퇴근)날’을 정하고 일일이 누가 몇 시까지 남았는지 챙긴다면 어떨까요.

LG유플러스 본사에서는 매월 둘째 셋째 주 수요일 오후 5시가 되면 퇴근시간을 알리는 음악 소리가 울립니다. 스마트워킹데이로 지정된 이날엔 실제로 이 시간에 본사 대부분 사무실의 불이 꺼지고 직원들이 우르르 몰려나오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스마트워킹데이는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이 직접 제안한 아이디어입니다. 스마트워킹데이 다음 날 아침에는 전 직원의 스마트폰에 메시지가 도착합니다. ‘어제 몇 시에 퇴근하셨습니까?’ ‘17시 퇴근 이후 부서 회식 등의 공적인 모임에 참여했습니까?’ 등입니다.

한 직원은 “강제는 아니지만 다들 답장을 한다”며 “처음엔 ‘어떻게 평일 5시에 퇴근하겠어?’라고 했지만 이젠 당연하다는 듯 집에 갈 채비를 한다”고 전했습니다.

그 뒤에는 든든한 전담 팀이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권 부회장 취임 이후 최고인사책임자(CHO) 아래에 신설된 ‘즐거운 직장팀’입니다. 이 팀은 오직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받아 업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더운 여름 반팔 티셔츠는 물론이고 반바지 샌들 차림으로 출근 허용, 30분 간격으로 출퇴근 시간을 정할 수 있는 시차 출퇴근제 또한 즐거운 직장팀의 산물입니다. ‘퇴근 후 카톡 금지법’이라 불리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발의되기 전부터 권 부회장은 이런 지시를 이미 영업 현장에 내리기도 했습니다.

권 부회장은 왜 이런 실험을 진두지휘하는 걸까요. 사실 즐거운 직장 프로젝트팀은 권 부회장이 2007년 사장으로 취임해 흑자 전환을 성공시켰던 LG디스플레이에 이미 만들어졌던 팀입니다. 권 부회장이 LG유플러스로 오면서 팀장까지 그대로 데리고 온 조직이죠. 권 부회장은 “LG디스플레이 시절에도 이런 노력이 직원들의 사기 진작과 실제 경영 성과로 이어지는 모습을 경험했다”며 “우리 직원들이 아침에 눈을 뜨면 출근하고 싶어 하는 회사를 만들 것”이라고 다짐을 밝혔습니다.

“이 다음엔 뭐가 나올지 궁금해요.” 즐거운 직장팀은 지금도 매일 직원들에게 아이디어를 받고 있습니다. 정부나 회사의 일회적인 지원보다는, 결국 즐거운 직장을 만드는 건 실제 현장 직원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듣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사례로 보입니다.

곽도영 산업부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