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메르켈 ‘난민 동화정책’ GO? STOP?

입력 | 2016-08-15 03:00:00

9월 대기업 최고경영자 만나 지지부진한 고용 압박할듯
적응 교육 30만명, 獨학교 첫 입학도… 기업-교사 “적응 쉽지않아” 싸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사진)가 다음 달 14일 기업들의 난민 고용을 압박하기 위해 지멘스, 폴크스바겐 등 대기업 최고경영자들을 만난다고 독일 일간 빌트지가 13일 보도했다.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독일 30대 대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난민노동자 수는 겨우 54명이다. 독일 우정국이 50명을 고용한 걸 빼면 나머지 기업은 4명을 취업시킨 셈이다. 2013년 이민자 젊은이들의 실업률은 13%로 일반 독일인의 2배다.

메르켈 총리의 움직임은 지난해 8월부터 시행해온 난민 포용 정책 ‘우리는 할 수 있다(We can do it)’ 행보의 연속이다. “굳이 우리 세금을 써 그들을 적응시킬 필요가 있겠느냐”는 반발에도 불구하고 메르켈 총리는 노동과 교육 분야에서 난민들을 독일 사회로 편입시키겠다는 난민 통합 프로그램에 드라이브를 걸어왔다.

교육 통합 프로그램도 다음 달 첫 성적표가 나온다. 지난해 물밀듯 들어온 난민 중 30만 명이 다음 달 독일 학교에서 새 학기를 시작한다. 1년∼1년 6개월간 독일어를 포함해 적응 교육을 받은 난민 학생들이 처음으로 독일 일반 학교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상황이 녹록지는 않다. 대기업들은 “난민은 독일어도 안 되고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을 만큼 숙련되지 않았는데 무작정 쓰라는 건 무리한 요구”라고 반발한다. 교육 현장에서도 통합 효과에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실제로 난민 학생들을 가르쳐본 교사들은 “학생들이 독일어를 모를 뿐 아니라 아예 문맹인 경우도 많고 난민 트라우마까지 갖고 있어 적응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독일 정부는 난민 학생 35만 명의 적응 교육에 올해 23억 유로(약 2조8520억 원)를 배정했지만 독일 국제교육리서치센터는 교사 4만4000명과 예산 30억 유로(약 3조7200억 원)가 더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잇따른 테러 발생 이후 여론이 빠른 속도로 싸늘하게 식는 것도 부담이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지난달 26∼29일 독일인 101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메르켈 총리의 ‘우리는 할 수 있다’에 동의한다고 답한 사람은 26%뿐이었다.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낮다.

더 큰 문제는 내년 총선이다. 선거를 앞두고 메르켈 총리의 이민정책이 지지를 잃어가자 당내에서도 반발이 나온다. 독일 내무장관이 11일 발표한 안보정책에서 부르카(전신을 가리는 이슬람 여성 옷) 금지와 이중국적 폐지가 빠지자 여당인 기민당 내에서 “알맹이가 없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난민 포용 정책을 꿋꿋하게 밀어붙여 온 메르켈 총리의 뚝심이 빛을 발할지, 아니면 꺾일지 기로에 섰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