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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연재, 15일 리우 입성… 한국 리듬체조 첫 메달 도전

입력 | 2016-08-15 03:00:00

[올라!2016 리우올림픽]17년의 꿈, 고이 접어 나빌레라
2010년 세계선수권 데뷔전 32위… 세계의 벽 실감하고 러시아 유학
혹독한 훈련 견디며 한발씩 전진… 경쟁자도 “사막에서 핀 꽃” 응원




단 6분을 위해 땀 흘린 17년.

한국 최초 리듬체조 올림픽 메달을 꿈꾸는 손연재(22·연세대)가 브라질 상파울루 전지훈련을 마치고 15일 ‘꿈의 땅’ 리우데자네이루에 도착한다. 19일부터 시작되는 리듬체조 4개 종목의 평균 연기시간은 1분 30초 남짓. 하지만 리우에서의 6분은 그의 17년 리듬체조 인생 전부를 쏟아낼 클라이맥스다.

① 세종초등학교 1학년 시절, 다리를 곧게 뻗으며 웃고 있는 꼬마 손연재. 손연재 인스타그램 ②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손연재는 개인종합 5위를 차지하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뉴시스 ③ 7월 열린 러시아 카잔 월드컵 대회에서 후프 은메달을 딴 손연재(왼쪽)와 금메달을 딴 야나 쿠드랍체바, 동메달을 딴 마르가리타 마문. 세 선수는 노보고르스크 체조장 동료이기도 하다. eversport 중계화면 캡쳐

2010년 세계선수권 시니어 데뷔전에서 32위에 그쳤던 손연재는 높은 세계의 벽에 주저앉지 않고 바로 도전을 택했다. 홀로 세계 최강 러시아 리듬체조 선수가 가득한 노보고르스크 리듬체조장의 문을 두드린 것. 한국의 태릉선수촌이나 마찬가지인 노보고르스크는 러시아에서도 최고의 리듬체조 선수들만 모이는 곳이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해 몸 풀기 발레를 할 때도 성적순으로 줄을 세운다. 맨 뒷줄부터 시작했던 손연재는 이를 악 물고 1년이 안 돼 중간 대열까지 올라왔다.

열여섯 손연재에게 홀로 타지 생활을 버티기란 쉽지 않았다. 성적이 나오지 않을 때면 포기하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도망갈 곳도, 도망갈 수도 없었다. 집안 형편이 어렵진 않았지만 러시아 전지훈련비는 분명 부모님에게 부담스러운 금액이었기에 부은 발목을 부여잡고도 체조장을 떠날 수 없었다. 경기 결과가 안 좋을 때도 늘 과정이라 생각하며 다음 대회를 준비했다. 나중에는 먼지가 날아가는 방향까지 읽을 정도였다.

가장 서러웠던 건 혹독한 체중관리였다. 노보고르스크에서는 하루에 두 번 100g 단위로 체중을 쟀다. 조금이라도 체중이 늘면 코치들은 불같이 화를 냈다. 안심하고 먹었던 피칸의 높은 칼로리에 소스라치기도 했다. 손연재는 아침은 과일, 저녁은 즉석밥 몇 숟갈로 버텼고 대회 기간에는 거의 굶었다.

쓰디쓴 훈련이 가져다 준 메달의 맛은 충분히 달콤했다. 그랑프리, 월드컵, 세계선수권까지. 그의 메달에는 늘 ‘한국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노보고르스크에는 손연재 말고도 자국 협회 차원의 지원을 받고 온 중국, 일본 선수도 있었지만 국제대회 포디엄에 선 건 손연재뿐이었다. 경쟁자들도 손연재에게 박수를 아끼지 않는 이유다.

“우크라이나에는 훌륭한 리듬체조 학교가 많다. 하지만 한국에서 리듬체조는 인기 있는 운동이 아니고 사람들의 관심도 덜하다. 그래서 손연재가 이런 성과를 내는 것은 놀랍다. 사막에서 핀 꽃이나 다름없다. 손연재는 러시아 스타일을 모방하기보다는 아시아 스타일을 보여준다. 그래서 더 인상 깊다.”

동메달을 두고 경쟁할 우크라이나 간나 리자트디노바의 말이다. 마지막이 될 올림픽, 리우에서 손연재는 또 한 번 ‘한국 최초’가 될 올림픽 메달을 꿈꾼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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