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결의 역행하는 중국]식량도 역대최대 규모 50만t 지원

중국이 북한에 식량을 무상지원하기로 결정한 직후인 올해 6월 중순경 북한 화물차량들이 중국 랴오닝 성단둥과 북한을 잇는 압록강대교를 건너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 동아일보 DB
중국 식량 지원이나 원유 공급 자체가 유엔 대북 제재 결의 위반은 아니지만 6월 방중한 이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중국에 핵 개발 고수 의지를 천명한 가운데 중국이 대북 식량 지원으로 화답한 것은 북핵 폐기에 대한 중국의 의지를 의심케 만들 수밖에 없다. 특히 중국의 대북 식량 무상 지원의 규모가 역대 최대 규모인 50만 t에 이른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핵실험 및 장거리미사일 발사 직후 채택한 대북 제재 결의에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나서서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북한의 핵 개발을 가장 강력하게 압박해야 할 시점에 오히려 대북 지원을 늘려 강력한 지원 메시지를 보내는 중국이 과연 국제질서에 대한 책임을 걸머진 주요 2개국(G2)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중국 해관(세관)총서가 8일 공개한 국가별 월 무역액 통계에 따르면 6월 북-중 무역총액은 5억377만 달러(약 5564억 원)로 작년 같은 달 4억6042만 달러(약 5085억 원)보다 9.4% 증가했다. 안보리 제재 결의 채택 이후 4, 5월에 줄어들던 교역 규모가 회복된 것은 중국이 대북 수출량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7월 이후 교역 규모는 더욱 크게 증가했을 가능성이 높다.
요미우리신문은 북한으로 가는 원유 송유관 시작 지점인 단둥(丹東) 외곽 원유 저장 시설을 드나드는 화물열차의 운항이 대북 제재 초기 하루 1편에서 6월 하순부터는 2, 3회로 늘었다고 전했다. 북-중 소식통은 이런 추세라면 올해 원유 지원 규모가 예년 평균인 50만 t을 넘어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신문은 또 유엔 제재 품목인 중국의 북한 철광석 수입이 올해 6월 전년 대비 2.7배로 증가했고 톈진(天津) 항에서는 대북 제재 이후 중단됐던 석탄 하역 작업이 이달 들어 재개됐다고 보도했다.
대북 소식통은 북-중 국경에선 중국이 북한에 시멘트를 10만 t 이상 지원한다는 소문도 퍼져 있다고 전했다. 그는 “김정은의 지시로 건설되는 여명거리 공사가 막바지 단계에 이르면서 이를 부정부패의 기회로 보고 크게 한탕 해 먹으려는 북한 간부와 중국 상인 간의 거래가 북-중 국경에서 활발해졌다”고 전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도 단둥 소식통을 인용해 “낮에는 중국이 대북 제재를 시행하는 것처럼 조용하다가 오후 8시만 되면 특수용접봉, 상수도관, 창유리, 타일, 시멘트 등 건설자재를 실은 북한행 차량이 긴 행렬을 이루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얼마 전까지 북한으로 들어가는 화물차량의 통관은 1주일에 이틀만 가능했지만, 요즘은 매일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단둥에서는 지난달부터 신의주를 당일 둘러보는 여행이 시작돼 하루 관광객이 1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