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좀비 출현으로 본 재난 대처법
좀비가 나타나는 것은 비현실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해외 연구기관에서는 좀비 대처법이 각종 재난 대처법과 비슷하다고 밝혔다. 과연 재난상황이 닥쳤을 때 나는 얼마나 현명하고 빠르게 대처할 수 있을까. zombies.org 제공
카리브 해의 부두교에서 유래된 좀비는 살아있는 인간의 살점과 뇌를 뜯어먹는 부활한 시체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영화, 만화, 게임 등의 소재로 끊임없이 발전해 온 좀비는 진지한 학문의 대상으로까지 등장했다. 미국 경제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2010년부터 5년간 좀비에 관한 학술논문이 20편이 발표됐다. 이 시기 발표된 온라인 저널은 2000여 편에 이른다. 미국의 한 보안업체는 좀비에 맞서는 상황을 가정해 군인과 의료진 등 1000여 명이 참가한 훈련을 실시했다.
기자가 가장 먼저 챙긴 물품은 물, 통조림, 건어물 등 비상식량. 좀비에게 당하기 전에 굶어 죽긴 싫기 때문이다. 재난 상황에선 인간들이 먹을거리로 싸우는 장면도 자주 등장하기 마련이다. 휴대용 라디오도 구입했다. 비상 상황에서는 휴대전화가 사용 불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영화 속에서 무조건 “안전하다”고만 외치는 정부, 군대라 할지라도 인간이 많이 사라진 세상에서 인간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가장 많이 사놓고 싶었던 것은 청테이프. 영화에서처럼 좀비에게 물리지 않기 위해 청테이프를 이용해 책이나 수건 등으로 몸을 꽁꽁 싸맬 수도 있다. 임시로 문을 잠글 수 있는 자물쇠 역할을 하거나 찢어진 옷이나 가방 등을 수선할 수 있는 등 만능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공격무기로는 ‘부산행’에서도 믿고 사용한 야구방망이를 비롯해 망치, 골프채 등을 구입했다. 해외에서처럼 총기류를 구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두뇌가 전염된 상태의 좀비를 무력화하기 위해서는 머리에 치명상을 입혀야 한다. 단, 많은 수의 좀비가 나타난다면 무기를 사용하기보다는 도망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사실 과거에 나온 좀비들은 아주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걸어 다녔다. 갑자기 나타났을 때를 제외하고는 인간에게 별다른 위협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영화 속에 나오는 좀비는 마구 뛰기 시작했다. 육상선수 출신인 좀비는 보통 인간보다 빠르다. 격투기 선수 출신 좀비면 싸움을 더 잘한다. 요즘 좀비들은 과거 인간일 때 특성을 그대로 갖고 있다.
정말 좀비가 나타난다면 기자는 어떻게 할까?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집에서 버텨보고 싶다. 준비된 먹을거리가 별로 없다고 해도 살아있는 동안만이라도 오래 함께 있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디 내 가족이 좀비로 변하지 않기를 기도하겠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