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정보기술(IT) 업체를 이끄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갑부들은 운동광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초 하루에 1마일(약 1.61km)씩 총 365마일(약 587.41km)를 달리겠다고 공언했다. 지난달 15일 목표를 달성했다고 일치감치 발표한 바 있으며 지금은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하기 위해 훈련 중이다. 팀 쿡 애플 CEO는 매일 오전 5시 트레드밀(러닝머신) 위를 달린다.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창업자는 스카이다이빙부터 인라인 하키까지 다양한 스포츠를 즐긴다.
영국 경제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실리콘밸리 갑부들이 운동과 건강에 유난히 몰두하는 이유에 대해 “공부벌레들의 복수극(Revenge of the Nerds)”이라는 흥미로운 가설을 내놨다. 미국 엘리트층은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격언에 전반적으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특히 실리콘밸리가 있는 캘리포니아 주는 운동과 건강에 유난히 신경을 쓰는 지역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들의 운동 사랑은 공부벌레였던 자신들도 다방면에서 뛰어난 지도자형 남성인 ‘알파 메일’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이 가설에 따르면 미국 고교는 운동을 잘해 인기가 많은 운동족(jocks)과 공부벌레(nerds) 두 그룹으로 나뉘며 실리콘밸리 갑부들은 후자에 속한다. 공부는 잘하지만 운동을 못해 인기를 얻지 못했던 이들이 창업 대박으로 떼돈을 벌고 뒤이어 운동능력까지 갖추게 되면서 한 때 선망의 대상이던 운동족을 따라잡는다는 것이다. 지적, 신체적 능력을 겸비한 진정한 알파 메일로 거듭남으로써 공부벌레들이 운동족에 대한 ‘복수’를 완성한다는 가설이다.
한기재기자 reco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