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경선 때 공약으로 내건 ‘슈퍼스타K(슈스케) 방식’의 대선 후보 경선을 추진할 뜻을 밝혔다. 신인 가수 선발 오디션처럼 대선 후보들이 3∼5개월 정책 경쟁을 벌인 뒤 한 사람씩 여론조사를 실시해 2, 3명을 남기고 전당대회에서 최종 선출하자는 것이다. 당 안팎의 숨은 인재 발굴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그때그때 분위기에 휩쓸릴 수 있는 여론조사로 대선 후보를 뽑는 것이 적절하겠느냐는 우려가 당 안팎에서 제기된다.
이 대표가 “지금 새누리당의 정권 재창출 가능성은 제로”라고 말한 것처럼 야당에 비해 경쟁력 있는 후보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오디션 방식이 후보군의 외연을 넓히고 유권자들의 관심을 높이는 효과는 있을 듯하다. 그러나 비박(비박근혜)에서 “당 대표가 대선 후보를 뽑는 방식에 대해 개인 의견을 여과 없이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한다. 친박(친박근혜)이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염두에 두고 이 방식에 집착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비박이 수긍하지 않는 경선 방식을 강행하면 당내 분란이 초래될 뿐 아니라 비박이 그 결과에 흔쾌히 승복하지 않을 것이다.
새누리당 당헌은 국민참여선거인단 투표 80%, 여론조사 20%를 합해 최다 득표자를 대선 후보로 한다고 정했다. 당헌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을 놓고 이 대표가 불쑥 자기 생각을 꺼낸 것은 사려 깊지 못했다. 경선 후보 때야 아이디어로 말할 수 있지만 당 대표에 취임한 이상 당내 여론수렴을 거쳐야 한다. 당 대표가 됐다고 해서 슈스케 방식까지 추인받은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