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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동물의 ‘아름다운 동행’ 꿈꿔요

입력 | 2016-08-16 03:00:00

시민 네트워크 ‘동물이 행복한 숲’
“사람들 욕심이 멸종위기 불러”… 인문학-과학 연계 동물원 토크쇼 등
공존의 지혜 찾는 프로그램 운영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린 야생동물 보호를 위한 한강예술동물원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이 대형 동물 모형을 등에 지고 포즈를 취했다. 멸종위기 동물 보호를 위한 시민 모임이 이틀간 개최한 행사에는 시민 1300여 명이 찾았다. 구하라 담비 제공

1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에 어른 키의 2배나 되는 거대한 야생동물들이 나타났다. 기린 담비 산양 수달 시베리아호랑이 등 흔히 보기 힘든 동물들이다. 사실 이 동물들은 동물보호 시민모임인 ‘구하라 담비’가 한강예술동물원 행사를 위해 준비한 모형이다. 멸종위기 야생동물 12종을 소개하는 동물 없는 동물원이다.

13, 14일 이틀간 멸종위기 동물을 주제로 한 그림과 모형 등 예술작품 전시, 동물탈 만들기, 가상현실(VR)과 드론을 이용한 조류 충돌 체험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14일 밤에는 불을 밝힌 대형 야생동물 모형을 앞세우고 공원을 행진하는 퍼레이드도 펼쳤다. 전시를 관람한 시민 조장원 씨(29)는 “진짜 동물은 없지만 사람의 욕심 탓에 설 땅을 잃는 야생동물 문제를 예술을 통해 접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시민 1300여 명이 한강예술동물원을 찾았다.

구하라 담비는 2013년 결성됐다. ‘예술의 힘으로 사람과 야생동물의 공존을 알리자’는 취지였다. 구하라 담비의 활동에 공감한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고 지난해 12월에는 ‘동행숲’이 출범했다. ‘동물이 행복한 숲’의 줄임말이다. 구하라 담비를 이끄는 오희영 씨(38·여)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시민들이 참여하는 동물 보호 모임이다.

동행숲 참가자는 지난해 말 300여 명에서 현재 700여 명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회장 회원 등 모임을 운영하는 조직은 없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진 인물을 추천하고 연결해 활동하는 수평적 조직 구조다. 그래서 모임에는 사육사와 수의사 같은 동물 전문가뿐 아니라 작가 과학자 사업가 등도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각자의 전문성을 살려 동물 보호 활동을 펼치고 있다. 드론을 이용한 야생동물 보호 캠페인 ‘주(Zoo) 드론’, 동물 보호에 인문학을 연계해 토론을 하는 ‘동물원 인문학 포럼’, 동물 이야기를 과학으로 풀어내는 토크쇼 ‘과학동물원’ 등이다.

강원 춘천시에서 드론업체를 운영하는 문기범 씨(40)는 동행숲 모임이 있을 때마다 서울을 찾는다. 문 씨는 “내가 좋아하는 드론 기술이 해외에서 야생동물 밀렵에 악용되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 드론으로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하고 싶던 중 동행숲 참여 제안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불꽃공연을 하는 예술불꽃화랑의 곽창석 씨(42)는 “당장 무엇을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 없이 각자의 능력으로 동물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알리고 논의한다는 게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동행숲은 앞으로 시민들에게 다가가는 프로그램을 늘릴 계획이다. 오 씨는 “모든 동행숲 구성원은 십시일반으로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며 “시민과 동물의 동행을 위해 진정성을 갖고 움직이겠다”고 강조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