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 2016 리우올림픽] 레슬링 김현우 ‘16강전 편파판정 패배’ 딛고 값진 동메달
레슬링 김현우(오른쪽)와 어머니 박영호 씨. 김현우는 16강 경기를 앞두고 어머니에게 ‘잘 하고 오겠습니다. 아자아자 파이팅!’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박영호 씨 제공
김현우는 15일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75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보조 스타르체비치(크로아티아)를 6-4로 꺾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4년 전 런던 올림픽 66kg급에서 금메달을 땄던 김현우는 체급을 올려 출전한 리우 올림픽에서 다시 한 번 금메달을 노렸다. 그러나 로만 블라소프(26·러시아)와의 16강전에서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패하며 김현우의 금메달 도전은 좌절됐다. 16강전에서 김현우는 3-6으로 뒤진 경기 종료 3초 전 4점짜리 기술인 가로들기를 성공시켰지만 심판은 2점만 인정했다. 안한봉 감독(48)이 즉시 판정에 항의했지만 김현우는 오히려 벌점 1점까지 받으며 5-7로 졌다.
○ 인대 끊어진 선수, 관중석에 앉은 감독
충격의 패배를 당한 김현우는 남은 경기를 포기하려고 했다. 그러나 안 감독 등 스태프의 만류에 마음을 다잡은 김현우는 “한 경기 한 경기가 결승전이다”라고 각오를 다지며 패자부활전에 나섰다.
김현우는 경기장에 다시 섰지만 안 감독과 박치호 코치(44)는 16강전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 받은 레드카드 때문에 남은 경기에는 코치석에 앉지 못했다. 그 대신 자유형의 박장순 감독(48)과 이날 경기를 마친 동료 이정백(30·그레코로만형 59kg급)이 앉았다. 안 감독과 박 코치는 관중석에서 김현우의 경기를 지켜보며 큰 소리로 작전 지시를 했다.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부상이 김현우를 가로막았다. 상대 선수가 옆굴리기를 시도할 때 오른팔로 매트를 짚고 버티다가 탈골과 함께 인대가 끊어진 것. 오른팔의 통증이 심했지만 김현우는 “무조건 이겨야만 한다”며 버텼다. 동메달이 확정된 뒤 한동안 매트 위에 무릎을 꿇은 채 일어나지 못하던 김현우는 잠시 뒤 관중석에서 건네받은 태극기를 매트 위에 펼쳤다.
16강전 패배 뒤 말을 아꼈던 그는 모든 경기가 끝난 뒤에야 “4년 동안 금메달만 생각하면서 준비했는데 아쉽다”면서 “(판정 결과는) 어쩔 수 없다”며 스스로를 달랬다.
○ 너무나 슬펐던 어머니
레슬링 김현우(오른쪽)와 어머니 박영호 씨. 김현우는 16강 경기를 앞두고 어머니에게 ‘잘 하고 오겠습니다. 아자아자 파이팅!’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박영호 씨 제공
박 씨가 아들의 목소리를 들은 건 아들의 경기가 끝난 지 6시간이 지나서였다. 의무실에 누워 치료를 받던 아들과 영상통화를 한 박 씨는 경기 내용을 모르는 척하며 “언제 돌아오냐”고 물었다. “안 가!”라며 투정을 부리듯 말하는 아들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박 씨는 비로소 마음을 놓았다. 4년을 기다려온 모자의 광복절은 그렇게 눈물과 함께 흘렀다.
리우데자네이루=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