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루크 챈들러 미국 출신·서울대 국제대학원 재학
인종차별 관련 사건이 많이 일어나는 미국에서 온 내가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경험한 차별은 그에 비하면 미미한 편이다. 술 취한 아저씨들이 지하철이나 길거리에서 서투른 영어로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고 소리를 지르거나, 지나가면서 어르신들이 나를 오랫동안 쳐다보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차별은 나이 많은 세대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미군으로 한국에 파병 나와 있었을 때의 일이다. 흑인 해병대 친구와 같이 영화를 보러 가는 길이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영화관으로 내려가고 있는데 뒤에 서 있던 세 명의 대학생이 내 친구를 보고 “원숭이같이 생겼다”라고 말하는 것을 듣게 되었다. 그들은 물론 우리가 한국말을 알아듣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말을 했겠지만 군대에서 한국어를 오랫동안 공부한 우리는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너무 기분이 나빴고 나는 내 친구가 상처를 받았을 것 같아 걱정이 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서울 강남역을 지나가다가 영어 선생님을 찾는 광고를 하나 발견했는데 그 광고지 제일 밑에 백인만 찾는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한국에서도 피부 색깔로 사람을 판단하고 평가하는 일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매우 놀랐다.
물론 한국 사람들이 해외에서 차별당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을 것이다. 특히 미국이나 유럽에서 소수민족인 한국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은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들 것이다. 한국인 친구들은 심지어 여행을 다닐 때도 아시아인에 대한 편견을 갖고 차별하는 것을 느낀다고 한다. 반면 한국에서는 내가 미국인으로서, 백인으로서 차별받는 것보다 다른 나라, 특히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온 사람들이 받는 차별이 더 심한 것 같다. 한국은 특히 한민족 국가이고 내가 느끼기에는 신분 지향적인 사회인 것 같아, 어렵게 이주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에서 저임금으로 생활하면서 힘든 부분이 많을 것이다. 게다가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생김새도 다르고 부모가 다른 나라에서 왔다고 해서 학교 안에서 따돌림도 많이 당한다고 한다. 그래서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요즘엔 다문화를 인정하고 홍보하는 공익 광고도 많이 나오고 있다.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 일어나는 이유는 다양한 것 같다. 한국은 한민족 국가이며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외부로부터의 침략이 많았고 유교 사상이 강하다. 게다가 1980년대까지 외국인의 방문이 그리 많지도 않았고 또한 한국 사람들의 해외여행도 지금처럼 많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다른 국가와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한국 사람들도 외국인에 대한 거부감과 편견이 많이 사라졌다.
외국인을 차별하는 사람들은 극소수이다. 오히려 더 포용하고 다른 인종과 문화를 인정해주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래도 나는 아직 한국의 일상생활에서 외국인에 대한 거부감과 차별을 느끼고 있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이해하여 한국 그리고 다른 국가에서도 편견과 차별이 사라지길 바란다. 나 또한 한국인의 문화와 정서를 더욱더 이해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루크 챈들러 미국 출신·서울대 국제대학원 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