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지현 사회부 기자
지난해 서울시는 청년 1000명을 대상자로 뽑았는데 올해는 총 1100명을 지원할 방침이다. 올해 상반기 500명을 뽑은 경기도 역시 지원자가 급증하자 당초 계획을 수정해 올해 10월 2000명을 추가 선발할 계획이다. 중앙정부의 엄격한 기준을 지자체가 기준중위소득 80% 이하로 완화하고 청년들에게 기회를 준 것은 잘했다고 본다. 청년이기 때문에 돈을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청년들 뒤에서 시원한 바람으로 등을 밀어 줘 결혼·주거·창업에 쓸 수 있는 종잣돈을 모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매칭형 통장 사업의 얼개는 원래 중앙정부가 기초수급자의 빈곤 탈출을 위해 도입한 ‘희망키움 통장’에서 비롯됐다. 소득이 생기면 수급 조건이 깨질까 봐 아예 일을 하지 않는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일하면서 돈을 모으는 사람을 지원하는 제도다.
반면 서울시의 청년활동지원(청년수당) 정책은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약 3000명의 청년에게 월 50만 원씩 총 6개월간 300만 원을 지급하면서 숨통을 틔워 준다는 것이다. 옹호론자들은 “국가에서 허투루 나가는 예산이 얼마나 많은데 청년들을 위해 ‘고작’ 90억 원짜리 시범 사업도 못 하게 하느냐”라고 말한다. “이제 한국도 그만한 복지를 펼 국가 수준이 됐다”라고도 주장한다.
한국 사회는 저성장이란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앞에 서 있다. 선진국들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면접비를 지원해 준다고 해도, 청년수당을 받아도 고달픈 고용시장 자체가 나아지긴 어려워 보인다. 어려운 과제에 용기 내는 사람은 없고, ‘판돈 올려주기’ 식으로 환심만 사려고 한다.
청년수당 논쟁은 그저 시범사업의 문제는 아니다. 보편 복지 영역의 대상을 청년으로까지 확장해도 될지 국민을 시험대에 세우고 있다. “애들 밥 먹이는 데 야박하다”, “어르신 좀 잘 모시자는 데 야박하다”라며 돈부터 쓴 뒤 계산서를 내민 적이 한두 번이던가.
노지현 사회부 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