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진호 어문기자
‘추돌(追突)과 충돌(衝突).’ 교통사고가 났다하면 듣는 낱말인데, 쓰임새는 전혀 다르다. ‘추돌’이 뒤에서 오던 차량이 앞차를 들이받는 것이라면, ‘충돌’은 각기 다른 방향에서 오던 차량 등이 강하게 부딪치는 경우다. 그래서 ‘추돌’은 뒤차가 전적으로 책임을 지지만, ‘충돌’ 사고는 잘잘못을 따져봐야 한다. 추돌의 추(追)에는 ‘쫓아가다’의 의미가, 충돌의 충(衝)에는 ‘부딪치다’의 뜻이 들어있다.
지난해 2월 인천 영종대교에서 차량 106대가 추돌한 사고를 두고 언론은 ‘106중 추돌’, ‘105중 추돌’로 엇갈렸다. 차량 3대가 일으킨 사고를 ‘이중 추돌 사고’라고 하니 106대가 부딪쳤다면 ‘105중 추돌 사고’가 맞다. 봉평터널 5중 추돌사고도 버스가 앞서 달리던 차량 5대를 들이받은 것이다.
‘차선(車線)’과 ‘차로(車路)’를 헷갈려하는 이도 많다. ‘자동차 도로에 주행 방향을 따라 일정한 간격으로 그어놓은 선’이 차선이라면, 차로는 ‘자동차가 다니는 길’이다. ‘2차로로 달리던 차가 깜빡이를 켜고 3차로로 끼어들었다’처럼 쓰면 된다. ‘시위대가 2, 3차선을 막고…’처럼 잘못 쓰기도 하는데, ‘2, 3차로를 막고’라고 해야 한다.
자동차의 방향 지시등을 이르는 ‘깜빡이’도 재미있다. ‘깜박’의 센말이 ‘깜빡’이고, 둘의 의미는 사실상 같다. 그렇다면 ‘깜박이’와 ‘깜빡이’ 둘 다 사용 가능할 듯싶지만 ‘깜빡이’만 표제어로 올라 있다. 이 또한 언중의 말 씀씀이가 낳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손진호 어문기자 songba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