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판니커르크 43초03 세계新
존슨 “불리한 8번 레인서… 충격적”
볼트는 “고통스럽다”며 포기한 종목


육상 400m는 가장 고통스러운 육상 종목으로 꼽힌다. 800m는 체력 안배가 가능하지만 400m는 처음부터 끝까지 전속력으로 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번개’ 우사인 볼트(30·자메이카)는 주니어 시절 400m와 200m를 주 종목으로 했지만 400m를 포기했다. 그 역시 고통스럽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판니커르크는 고통을 이겨내고 17년간 견고했던 ‘존슨의 벽’을 무너뜨렸다.
그는 이날 8번째 레인에서 출발했지만 2위인 키라니 제임스(24·그레나다)를 0.73초 앞서며 여유 있게 따돌렸다. 방송 중계석에서 결선을 지켜보던 마이클 존슨은 “8번 레인에서 세계기록이 나왔다”며 “다른 선수들을 쓸어버린 대학살”이라고 감탄했다. 존슨은 “판니커르크는 아직 젊기 때문에 43초 미만에도 도전할 수 있다”며 “우사인 볼트가 은퇴하면 그를 잇는 스타가 될 것”이라고 격찬했다.
판니커르크의 눈부신 성장에는 ‘백발의 코치’ 안스 보타(74·여)의 역할이 컸다. 1960년대부터 육상 코치로 활동해온 그는 2012년부터 판니커르크를 지도하며 세계 최정상 육상 선수로 성장할 수 있게 이끌었다. 나미비아의 멀리뛰기 선수 출신인 보타는 할머니 같은 따뜻함과 코치로서의 엄격함을 동시에 갖췄다. 미국 워싱턴타임스는 “한 선수가 세계기록을 작성하도록 코치하는 데 너무 늦은 나이는 없다는 걸 보타가 보여줬다”고 전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