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로비의혹 의사 진술 확보 “鄭씨, 車값과 같은 5000만원… 의사 통해 돌려준 단서 포착” 해당 판사 피의자신분 조사 검토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51·수감 중)의 현직 판사 로비 창구로 지목된 성형외과 원장 이모 씨(52·구속)가 “정 전 대표가 인천지법 김모 부장판사에게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레인지로버’를 공짜로 넘겨줬다”란 취지로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검찰은 김 부장판사를 수뢰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할지를 검토하고 있다. 현직 부장판사가 수뢰 혐의로 소환되면 2008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손모 전 전주지법 부장판사 이후 8년 만이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 이원석)는 정 전 대표와 이 씨 등의 계좌를 추적한 결과 김 부장판사가 2014년경 정 전 대표에게 차량 구매대금 조로 당시 시세보다 수천만 원 싼 5000만 원가량을 입금했지만 이 씨를 통해 이 돈을 돌려받은 단서를 포착했다. 이에 따라 정 전 대표가 정상 거래를 가장해 현직 부장판사에게 고급 차량을 무상으로 건넸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이에 대해 정 전 대표는 “정상적인 거래였고, 이를 뒷받침할 자료가 있다”고 주장하며 부인해왔다. 하지만 15일 구속된 이 씨는 영장실질심사에서 “정 전 대표가 준 5000만 원을 김 부장판사에게 되돌려줬다”고 진술하며 ‘뒷거래’를 털어놓았다고 한다.
김 부장판사는 정 전 대표, 브로커 이민희 씨(56·구속 기소) 등과 베트남 여행을 다녀온 의혹, 자신의 딸이 네이처리퍼블릭이 협찬한 미인대회에서 1등으로 뽑히는 데 정 전 대표가 힘쓰게 한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밖에 “이 씨가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수감 중이던 정 전 대표를 찾아가 네이처리퍼블릭 회사 사건과 정 전 대표의 석방을 김 부장판사에게 청탁하겠다며 5000만 원을 받아갔다”는 네이처리퍼블릭 박모 부사장의 진술도 확보했다. 검찰은 실제로 정 전 대표의 자금이 이 씨를 통해 김 부장판사에게 전달됐는지 수사하고 있다.
네이처리퍼블릭 회사 사건 청탁이란 이 회사의 히트상품인 일명 ‘네이처 수딩 젤’의 ‘짝퉁’ 제품을 유통시킨 일당의 형사사건을 엄하게 판결해 달라는 것이다. 네이처리퍼블릭은 네이처 수딩 젤의 짝퉁 제품이 국내외에서 대거 유통돼 골머리를 앓았는데, 인천지법은 올해 2월 짝퉁 제품 3만 개를 중국에 팔아넘긴 혐의(상표법 위반)로 기소된 A 씨에게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김 부장판사도 이 사건에 일부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금품 전달 사실이 확인되면 직무 관련성이 있는 만큼 김 부장판사에게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배석준 eulius@donga.com·허동준 기자·여인선 채널A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