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스포츠 기자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선 아무 일 없이 넘어가나 했다. 하지만 한국은 또 오심의 희생양이 됐다.
그동안 한국이 올림픽에서 당한 오심들을 돌이켜 보면 피가 끓을 지경이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겨울 올림픽 쇼트트랙에선 김동성이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고도 실격 판정을 받았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선 체조 양태영이 심판의 점수 처리 실수로 금메달을 놓쳤다. 국제체조연맹(FIG)까지 오심을 인정했지만 금메달은 돌아오지 않았다. 4년 전 런던 올림픽에선 펜싱 신아람의 ‘1초 사건’과 유도 조준호의 ‘청기백기 사건’이 터졌다.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 피겨 김연아가 은메달로 밀린 것도 여전히 논란거리다. 하지만 한국은 한 번도 오심을 바로잡지 못했다. 제 목소리를 낸 적도 거의 없다. “다른 선수에게 피해가 갈까 봐” “제소해도 판정이 번복되지 않기 때문에”가 이유였다.
오심을 뒤집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본질적인 문제는 국제 스포츠계에서의 한국 위상이다. 대회 때마다 10개 안팎의 금메달을 따고 메달 순위에서 10위권 안에 들지만 세계무대에서 한국은 여전히 ‘스포츠 약소국’이다.
현재 한국의 스포츠 외교는 올 스톱 상태다. 두 명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중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와병 중이고, 임기 만료를 눈앞에 둔 문대성 위원은 논문 표절 여파로 직무정지 중이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국제 스포츠계에서 한국을 대변할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력에 걸맞은 위상을 가지려면 IOC는 물론 각 종목 경기 단체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장기적인 안목으로 꾸준히 씨앗을 뿌려야 한다. 스포츠 강대국인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는 그렇게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막상 일이 벌어지면 우리끼리 울고불고 분노를 표출할 뿐이다. 정작 상대방은 전혀 신경도 쓰지 않는다.
안한봉 감독은 “선수들에게 매일 열심히 하라고 하는데 이런 일을 당하면 아무것도 해 줄 수가 없다. 한국 지도자인 게 부끄럽다”고 자학했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렇게 참고만 살아야 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