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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경제]전기요금제 ‘한국 1종 vs 일본 111종’

입력 | 2016-08-17 03:00:00

4월부터 전력 소매시장 개방한 日… 다양한 요금제로 선택폭 넓혀




이상훈·경제부

‘여름마다 누진제로 20만 원 가까이 전기요금을 내던 김전력 씨. 올해부터 전기회사를 ○사로 바꾸며 요금 부담이 확 줄었다. 밤 시간대 요금이 낮 시간의 4분의 1인 O사의 심야할인제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전기와 휴대전화, TV를 묶음 상품으로 가입해 10% 추가 할인도 받았다.’

한국에서는 벌어지기 어려운 가상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이미 현실입니다. 2000년부터 추진된 전력 자유화가 올 4월 가정용 소매시장에 전격 도입됐기 때문입니다. 이전까지 일본도 도쿄(東京)전력, 간사이(關西)전력 등 10개의 지역 사업자가 자신의 구역을 독점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소비자들이 다양한 요금제를 입맛에 맞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도쿄만 해도 34개 회사가 111가지 요금제를 내놓고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주부(中部)전력의 ‘가정에너지플랜’은 누진제 없이 kWh당 27.71엔의 단일 요금을 적용합니다. 에어컨을 많이 틀어도 ‘요금 폭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도쿄전력의 ‘피크시프트’ 요금제는 심야시간(오후 11시∼오전 7시) 요금을 평균 수준의 절반 이하인 12.25엔으로 낮춘 대신 7∼9월 중 피크시간(오후 1∼4시) 요금은 54.77엔으로 책정했습니다. 낮 시간에는 집을 비우고 밤에 잘 때 에어컨을 트는 맞벌이 가정에 안성맞춤인 상품입니다. 전기와 휴대전화, 유료방송, 인터넷 등을 결합한 서비스에 가입할 경우 10%가량 요금을 깎아주기도 합니다.

주요 선진국은 이미 전력시장을 개방하는 추세입니다. 미국에선 1992년 이후 단계별 시장 개방이 이뤄져 현재 일리노이, 메릴랜드 등에서 소매시장 경쟁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독일에선 1998년 에너지사업법 개정 이후 1000개 이상의 전력판매 회사가 생겼습니다. 프랑스도 프랑스전력공사(EDF)가 소매 판매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지만 시장 자체는 개방돼 다양한 사업자가 경쟁하고 있습니다.

물론 시장이 개방되고 요금제가 많다고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국내 휴대전화 시장이 대표적입니다. 200가지가 넘는 요금제가 출시됐지만 정작 소비자들의 통신료 부담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다만 단계별 요금 차이가 최대 11.7배인 누진제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아예 없는 한국은 소비자의 선택권 침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습니다. 시장 개방에 따른 전기료 상승 우려를 최소화하면서 경쟁 촉진으로 소비자의 권익을 높이는 묘수를 찾는 것. 그게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요.

세종=이상훈 경제부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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