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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 과수원 ‘태양광발전시설’ 고수익 보장될까

입력 | 2016-08-17 03:00:00

“노동력 안들이고 2.4배 수익”… 제주도 보급사업에 앞다퉈 신청
천재지변땐 농가들 피해 우려… 제주에너지공사가 사업 주도해야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지역 농지에 태양광발전 시설이 들어섰다. 이런 태양광 시설이 감귤과수원을 폐원하는 곳에도 설치돼 농민들이 ‘전기 농사’를 짓는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에서 감귤 과수원을 폐원하는 대신 태양광발전 시설을 설치하는 ‘전기 농사’에 농가들이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제주도가 감귤 농사보다 2.4배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기 때문이다. 전기 농사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지만 제주도는 책임 문제에서 한 발짝 물러서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 감귤 대신 전기 농사

제주도는 감귤 농가와 마을회 등을 대상으로 태양광발전 보급사업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최근 사업 참가자를 모집했다. 당초 사업 추진 규모인 3MW보다 훨씬 많은 164건 80.7MW의 시설 규모가 접수됐다. 면적으로는 88만5977m²에 이른다. 제주도는 현장 검증 등을 거쳐 우량 농지를 제외한 감귤 과수원, 마을 공유지, 유휴 경작지 등 111곳 88만5977m², 58.9MW를 사업 대상으로 선정했다. 농가들이 큰 관심을 보여 사업 규모가 예상보다 커졌다.

사업 대상 농가는 태양광발전 전기 농사를 짓고 한전 산하 발전공기업과 협약을 체결해 20년간 확정된 순이익을 보장받는다. 1만4850m²의 감귤 과수원 등에 1000kW급 태양광발전 시설을 설치하는 데 필요한 초기 설치비 15억5000만 원 전액을 금융기관 융자로 해결할 수 있다. 해당 농가는 발전공기업에 kW당 180원씩 20년간 판매할 수 있다. 제주도는 전기를 판매하면 세금 및 시설 운영비 등을 제외하고 연간 6000만 원의 순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1만4850m²의 감귤 과수원 평균 수익이 2500만 원 안팎인 점을 감안할 때 농민들은 별다른 노동력을 들이지 않고 2.4배의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 지방공기업이 사업 주도해야

제주도는 태양광발전 보급사업에 참여할 기업 모집 공고도 냈다. 현재 2개 기업과 협상을 진행 중인 가운데 늦어도 10월까지 사업자를 선정해 농가들과 계약을 체결토록 할 예정이다. 20년 수익을 보장하지만 기업 부도, 천재지변 등으로 문제가 생기면 농가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실정이다. 유지 보수 및 관리 비용 등의 추가 부담으로 수익이 악화될 수도 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실효성을 놓고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참여 농가와 관련 기업을 연결하는 제주도의 역할도 논란거리다. 제주도는 사업 공고문에서 ‘본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항에 대해 법적인 책임이 없다’고 명시했다. 허창옥 제주도의회 의원은 “제주도가 정책 수립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지방공기업인 제주에너지공사가 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해 농가와 사업자의 위험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주도는 연말까지 3MW 태양광발전 시설 공사를 마무리한 뒤 내년 1월부터 전기 생산이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어 2030년까지 580농가, 511만 m²에 340MW 규모의 태양광발전 시설을 보급할 계획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농가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다각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이번 사업으로 감귤 과수원 면적을 줄여 감귤 생산과 가격 안정에 도움을 주고 ‘탄소 없는 섬 프로젝트’ 실현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