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서 배달된 440만여 가구 깜짝
정 씨 집에서 7월에 사용한 전기량은 모두 665kWh로 6단계에 해당했다. 본격적인 더위가 찾아오기 전인 6월(6월 8일∼7월 7일)엔 401kWh로 4단계였던 점을 감안하면 50% 정도 늘어난 것이다. 게다가 정 씨는 연초 집안의 전등을 모두 발광다이오드(LED)로 교체하고 가전제품도 에너지효율 등급이 높은 새 제품으로 바꿨을 정도로 전기를 아껴 쓰려 애썼다. 그는 “에어컨만 더 틀었을 뿐인데 요금이 이렇게 많이 나올 줄은 몰랐다”며 “정부에서 전기 요금을 평균 20% 할인해 준다지만 늘어난 액수를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할 것 같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7, 8월 주택용 전기 사용분에 대한 요금고지서가 청구되기 시작하면서 ‘요금 폭탄’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청구서를 받은 가정 가운데는 정 씨처럼 요금 폭탄을 맞은 곳이 적잖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한전 고객센터와 지사에 요금에 대한 문의와 함께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요금이 얼마나 나올지 묻는 고객들과, 이달 요금이 많이 나왔다며 항의하는 고객들의 전화가 많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 청구될 고지서에는 전기 사용량이 여름철 역대 최대치를 연일 넘어선 8월 초중순의 전력 사용량이 들어가 요금 폭탄을 맞는 가정이 더욱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정부는 최근 7∼9월 가정용 전기요금에 대해 한시적으로 누진제를 완화해 20%가량 요금을 깎아 주기로 했다. 하지만 9월 5일 이전에 도착하는 고지서에는 할인 혜택이 적용되지 않고, 다음번 요금 고지서에 반영된다. 그 대신 이달 25일 이후 검침을 받은 가구는 할인 요금이 적용된 고지서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누진제 적용 상한선이 올라갔을 뿐이고 최저와 최고 요금의 차가 11.7배인 누진배율은 그대로여서 누진제에 대한 개편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정부와 새누리당은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을 위한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18일 열 예정이다. TF는 올해 말까지 누진제 개편과 용도별(산업용·일반용·주택용 등) 전기요금 체계 및 수준 개선, 기타 국민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사항에 대한 개선책을 마련한다.
세종=신민기 minki@donga.com / 강경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