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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슬링 김현우 “그렇게 훈련하고도 기술 말려든 내가 밉다”

입력 | 2016-08-17 03:00:00

[올라!2016 리우올림픽]‘탈골 투혼’ 레슬링 김현우가 말하는 ‘나의 올림픽’




치열했던 두 번째 올림픽의 기억은 곳곳에 흔적으로 남았다. 인대가 끊어진 오른쪽 팔꿈치는 깁스를 했고, 왼쪽 뺨에는 상처가 났다. 다친 팔꿈치가 아파서 밤새 잠도 제대로 못 잤다고 했다. 그러나 표정은 밝았다. 여러 차례 농담을 던졌고, 해맑은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판정 논란 속 ‘금메달보다 값진 동메달’을 따낸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국가대표 김현우(28·사진)를 16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선수촌에서 만났다.

경기 뒤 남은 건 억울함보다는 자책이었다. 김현우는 “내 실력으로 졌다. 판정 결과에 승복하고 더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로만 블라소프(26·러시아)의 주특기(들기)를 매일 생각하며 훈련을 하고도 상대의 기술에 말려든 나 자신에게 화가 날 뿐”이라며 “상대의 주특기에 대비하기보다 내 장점인 공격을 살리려던 작전의 실수”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패’가 아닌 ‘실수’라는 표현엔 아쉬움이 묻어났다.

김현우는 “대진이 나온 순간부터 블라소프를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다. 언젠가 맞붙어야 할 상대이기에 마음은 편했다. 전날 잠도 잘 잤다”고 했다.

그에게 이번 올림픽은 약이 됐다. 김현우는 “솔직히 그동안 패자부활전을 할 일이 잘 없었는데 이번 대회에서 패자부활전으로 가면서 새로운 느낌을 많이 받았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없지 않았지만 흔히들 이야기하는 대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걸 배웠다”고 말했다.

4년 뒤 도쿄 올림픽에 대한 각오도 넌지시 드러냈다. 김현우는 “실력이 안 되면 못 나가는 거고 자격이 있으면 나가는 것”이라면서도 “다음 대회부터 그레코로만형에서 파테르가 없어지는데 내가 잘하는 스탠드만 있으면 얼마든지 상대를 박살 낼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김현우는 자신의 모바일 메신저 프로필에 동메달을 목에 건 사진과 함께 ‘잘했다’는 글을 적어 놓았다. 스스로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였다. 스물여덟 살의 메달리스트에게 두 번째 올림픽이 남긴 쓰린 상처는 그렇게 아물어 가고 있었다.

리우데자네이루=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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